[쿠키뉴스=이소연 기자]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다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수사 중단 외압’을 받았다고 공식적으로 증언했다.
코미 전 국장은 8일(현지시간) 오전 10시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수사 중단 지시와 관련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 메모를 남기게 된 경위 등을 자세히 밝혔다.
코미 전 국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지난 2월 회동했을 때,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중단하라는 요청을 받지는 않았다”면서 “다만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구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플린 전 보좌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당신이 이 사건을 놔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면서 “이것을 수사를 중단하라는 지시로 받아들였다”고 강조했다. 코미 전 국장은 “이 같은 요청은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플린 전 보좌관은 러시아 스캔들의 ‘몸통’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 정권 출범 전인 지난 2015년 12월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 러시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논의했다. 이후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해임 사유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정부는 ‘FBI는 아주 혼란스러웠고 형편없이 이끌어져 왔다. 직원들은 코미 국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비난했다”며 “이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거짓말이다. 나의 명예와 그보다 더 중요한 FBI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나에게 반복적으로 ‘일을 아주 잘 하고 있다. 계속 일하길 바란다’는 말을 해왔다”면서 “TV에서 ‘러시아 스캔들 수사 때문에 해임했다고 나에게 말했다’는 것을 보고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코미 전 국장은 자신의 해임 사유에 대해 “확실하지는 않지만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방식이 그를 화나게 했기 때문에 해임이 결정된 것으로 안다”면서 “해당 스캔들에 대한 수사 진행 방식을 바꾸기 위한 의도에서 내가 물러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느끼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보장 요청을 들어주는 대가로 무언가 노리는 것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코미 전 국장은 자신의 증언이 거짓이 아니라며 당당한 태도를 고수했다. 그는 “제발 대화 녹음테이프가 있기를 바란다”며 “있다면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자신의 SNS에 “코미 전 국장은 언론에 정보를 흘리기 전에 우리의 대화 내용을 담은 테이프가 없길 바라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기록한 이른바 ‘코미 메모’를 남긴 경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회동에 대해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우려를 했다”며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나와 FBI를 방어하기 위해 기록을 해야 하는 날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코미 전 국장은 지난달 1월부터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 후 대화 내용을 메모로 기록했다. 해당 메모 내용은 지난달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로 처음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그는 “해당 메모 내용은 FBI 부국장과 나의 비서실장, FBI 변호사, 부국장의 변호사, 조직 내 서열 3위이자 국가안보 분야 책임자인 부국장보가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코미 전 국장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인 마크 카소위츠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또는 실질적으로 코미 전 국장에게 수사를 중단하라고 지시하거나 제안한 적이 결코 없다”며 “플린 전 보좌관을 포함한 누구에 대한 수사도 중단하라고 지시하거나 제안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과의 기밀대화를 유출한 혐의로 코미 전 국장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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