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예슬 기자]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겪는 질환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수는 약 61만3000명으로 전체 국민의 1.5%에 이른다. 그러나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의료서비스 이용률은 약 15% 수준에 머무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약물복용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환자들 중에는 우울증 약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킨다든지, 중독돼서 평생 복용해야 한다든지 등 잘못된 오해로 인해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며 제대로 치료받는다면 수개월 내에 우울증 치료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울증을 치료하는 약은 두 종류로, 불안하고 답답한 기분을 가라앉혀주는 신경안정제(벤조다이아제핀)와 궁극적인 우울증 치료제인 항우울제가 있다. 이중 신경안정제는 복용시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반면, 항우울제는 천천히 상태를 호전시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우울증 약은 양을 단계적으로 점차 늘려가면서 복용하고, 끊을 때도 단계적으로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
그러나 일부 환자 중에는 본인의 상태가 좀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면 약을 바로 중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신경안정제를 과량으로 복용하다가 갑자기 끊게 되면 그 증상이 더 심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한 자의적으로 약을 복용하다가 끊고, 다시 증상이 나빠지면 다시 복용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도 위험하다. 충분히 치료되지 않은 상태 중에 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면 다시 우울증이 재발하게 되고, 결국 약 복용 기간은 더 늘어나게 된다.
간혹 항우울제를 감기약처럼 증상이 있을 때만 복용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약의 특성상 꾸준히 복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바르게 알고 약을 복용한다면 우울증 치료까지는 6개월이 채 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병철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약을 끊었더니 증상이 더 심해졌다고 하는 건 신경안정제 때문에 생긴 오해”라며, “신경안정제가 급성기 효과가 있어서 갑자기 끊으면 많이 힘들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항우울제의 경우에는 갑자기 끊는다고 증상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다만 초반에 복용시 기분이 늘어지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는 대개 신경이 예민해지고 긴장과 불안감이 나타나는 우울증의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치료효과다. 그런데 이러한 항우울제의 치료효과를 편안해진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맥이 빠지고 쳐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이를 부작용으로 보고 약을 끊는 경우도 있는데 갑자기 끊으면 오히려 위험하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또한 그는 “정신과 약을 먹으면 나중에 치매가 온다고 오해하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신과 약들이 치매를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치료하지 않은 우울증인 경우 기억력과 집중력이 나빠져서 치매가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오해들로 인해 대부분 환자들에게는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초반인 2~3주가 가장 고비다. 하지만 그 시기만 잘 지나면 증상은 많이 좋아지게 된다. 이 교수는 “대부분의 우울증은 치료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치료를 받는 경우가 현저히 적다”면서, “약물치료에 대해 불안감과 거부감을 갖지 마시고, 제대로만 치료하면 오래 걸리지 않으니 편안하게 받아들이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yes22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