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제 사퇴가 과학기술계 화합·발전 계기 되기를”

박기영 “제 사퇴가 과학기술계 화합·발전 계기 되기를”

임명 4일 만에 자진 사퇴…‘황우석 사건’ 억울함 호소하기도

기사승인 2017-08-11 19:27:23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 관련 자질 논란에 휘말렸던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임명 4일 만에 사퇴했다.

11일 박 본부장은 ‘사퇴의 글’을 통해 과기혁신본부장 자리에서 물러날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명 받은 후 4일 동안 본부장이라는 직책명을 제 이름 앞에 감히 사용할 수 없었다”며 “어려운 상황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저를 본부장으로 지명해주시고 대변인 브리핑으로 또 다시 신뢰를 보여주신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글을 시작했다.

박 본부장은 “11년 전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사건은 저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였다”며 “책임자로서 저도 수 백번 무릎 꿇고 사과하고 싶었다. 그 당시 어떠한 사과도 귀기울여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1999년경 황 박사를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은 ‘과학기술 운동을 하는 보잘 것 없는 지방대 교수’였으며 황 박사는 ‘스타 과학자’였다고 회상하고 “여기에서 ‘주홍글씨’의 씨앗이 잉태됐다. (사건 이후) 청와대 참모로서 정부의 과기정책 담당자로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이 제 임기 중에 일어났다고 해서 제가 황우석 논문 사기 사건의 주동자나 혹은 적극적 가담자로 표현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2003년 황 박사의 연구실에 대통령을 데려간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스타과학자로 인해 연구 현장의 연구비 몫이 줄어들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최고과학자 연구비 재원으로 다른 재원을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내 해당 부처로 이관해줬다”며 “외국의 저명한 줄기세포 연구자들도 모두 감탄할 정도의 연구가 조작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느냐. 연구 조작의 모든 책임이 저에게 쏟아지는 것은 너무도 가혹한 일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 계기로 제가 노력했던 꿈과 연구 목표 그리고 삶에서 중요시 여겼던 진정성과 인격마저도 송두리째 매도됐다. 이렇게까지 나락으로 추락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임기 중 일어난 사고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고 삶의 가치조차 영원히 빼앗기는 사람은 정부 관료 중 아마도 제게 씌워지는 굴레가 가장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큰 실망과 지속적인 논란을 안겨드려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밝히고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서 과학기술인의 열망을 실현시켜 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저의 사퇴가 과학기술계의 화합과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박 본부장은 황우석 사건 당시 참여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지냈으며 황 박사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등 직접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로 꼽혀 이번 임명 이후 자질 논란을 겪었다.

tajo@kukinews.com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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