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가 어딜” 막무가내 박사모…반올림의 눈물

“빨갱이가 어딜” 막무가내 박사모…반올림의 눈물

기사승인 2017-08-23 10:39:14

[쿠키뉴스=조미르 기자]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가 친박(친박근혜) 단체의 과격 행동으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종란 반올림 노무사는 지난 18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의 행패로 인해 모든 반올림 구성원이 고통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올림은 삼성 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의 질환을 갖게 된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다. 피해자와 유가족, 활동가 등으로 구성돼있다.   

반올림 측에 따르면 박사모 회원은 반올림의 농성장을 훼손하고, 폭력적인 발언을 가했다. 지난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심 공판 당시, 박사모 회원이 반올림 측에 가한 폭언이 가장 대표적이다. 박사모는 반올림 활동가 등을 향해 “뭐 뜯으러 왔냐” “인천 앞바다에 빠져 죽어라” “김정은 추앙하면서 살아라” 등의 욕설을 내뱉었다. 박사모는 이날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 진단을 받은 한혜경씨에게도 모욕적인 언사를 가해 논란이 됐다.      

이 노무사는 “박사모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을 퍼부었다”면서 “마치 이 부회장 재판 방청이 아니라 반올림 활동의 방해가 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를 대놓고 때리진 못했지만, 기자들을 폭행했다”며 “청원경찰도 박사모 행패를 감당하지 못해 몇 번이나 경찰을 불렀다. 당시 ‘지옥불’을 보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친박 단체인 엄마부대와의 충돌도 있었다. 엄마부대 회원 30여명은 지난 1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반올림 농성장을 찾아 피켓과 현수막을 찢고, 전시 물품을 훼손했다. ‘이재용 엄중처벌’ 등의 플래카드도 찢겼다. 반올림은 이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엄마부대 회원 3명을 고발했다. 

반올림 활동가들은 “친박 단체의 잦은 난동으로 일상생활에서도 불편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노무사는 “지하철에서 노인만 봐도 움츠러든다”면서 “혹시나 행패를 부릴까 두려워 고개를 들기 두렵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활동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상수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친박 단체 등이 농성장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는) 악몽 같은 기억이 자꾸 떠오른다”고 말했다. 

친박 단체의 과격한 행동으로 인해 반올림의 활동도 제한될 위기에 놓였다. 반올림은 오는 25일 열리는 이 부회장의 선고 공판 참여를 고심하고 있다. 이 노무사는 “선고 당일 공판 참여는 아직 내부 논의 중이다. 친박 단체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무서워서 제대로 말도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오는 24일 이 부회장의 엄벌을 촉구하는 문화제는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의 1심 공판은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7호 대법정에서 진행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meal@kukinews.com

조미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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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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