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익산=이경민 기자] 삽과 호미만으로 40미터의 땅굴을 파서 수십만리터의 기름을 훔친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23일 땅굴을 파고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쳐 내다판 이모(50)씨 등 2명을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이들의 범행을 도운 김씨(40)등 2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씨 등이 훔친 기름을 구입한 주유소 업자 2명도 장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충북 온천군의 한 창고를 빌려 깊이 4m와 길이 40m의 땅굴을 판 뒤 송유관까지 호수를 연결해 37만리터(4억8천만원 상당)의 기름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자금을 마련하는 총책과 현장에서 일을 지시하는 중간책, 송유관까지 땅굴을 파는 기술자, 훔친 기름을 운반하는 수송자 등 사전에 각자 역할을 나뉜뒤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땅굴 현장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특이사항을 일일이 점검하거나, 렌트카를 이용해 주변에서 망을 보는 치밀함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훔친 기름을 일반 화물차량의 적재함을 불법개조해 1만리터의 기름을 담을 수 있는 유조탱크를 달아 주유소업자 등에게 팔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 등은 경찰에서 "중장비를 이용해 땅굴을 파면 들킬 것 같아 호미와 삽만 이용해서 땅굴을 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의 여죄를 조사하는 한편 다른 송유관 절도 현장이 있는지에 대해 수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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