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소녀시대 윤아는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18세라는 어린 나이에 9명으로 구성된 신인 그룹의 센터에서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던 소녀가 이젠 모두에게 인정받는 경력을 쌓은 가수로 성장했다. 윤아는 배우로서도 10년을 보냈다. 2007년 MBC ‘9회말 2아웃’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시작한 연기를 2017년에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일 종영한 ‘왕은 사랑한다’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지난 19일 서울 압구정로 한 식당에서 진행된 MBC ‘왕은 사랑한다’ 종영 인터뷰에 단발머리로 나타난 윤아는 편안한 말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기자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윤아는 ‘왕은 사랑한다’를 연기한 소감부터 차근차근 설명했다.
“‘왕은 사랑한다’는 다양한 감정을 연기해 본 작품이에요. 초반에 남자 같은 털털한 모습이 많았다면, 갈수록 울고 화내는 감정 장면이 많았어요. 귀여운 모습도 많이 나왔고, 애틋한 장면도 있었어요. 이번 작품에서 다양한 감정 연기를 했던 경험이 지금 당장 발전된 것처럼 느껴지진 않아요. 하지만 다음 작품을 할 때는 분명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왕은 사랑한다’는 100% 사전제작 드라마다. 그것도 첫 방송된 지난 7월 17일보다 한 달 빠른 6월 15일 모든 촬영이 종료됐다. 윤아가 사전제작 드라마에 출연한 건 처음이다. 덕분에 집에서 시청자가 된 기분으로 가족들과 자신의 드라마를 지켜봤다. 자신의 연기에 대한 아쉬움도 눈에 들어왔다.
“사전제작 드라마는 처음 해봤어요. 힘들게 다 찍은 드라마를 집에서 편하게 보니까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시청자와 같은 마음으로 본 작품이에요. 처음엔 겨울부터 오랜 기간 찍었고, 첫 사극 도전이기도 해서 어떻게 나올지가 궁금했어요. 그런데 막상 방송을 볼 때는 긴장이 배가 되더라고요. 항상 그렇듯 아쉬운 점도 보였어요. 당시에는 최선을 다해서 연기했는데, 나중에 보면 제가 감정을 느낀 것만큼 표현이 안 된 장면이 있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선배님들처럼 저렇게 멋지게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어요.”
배우 활동을 막 시작했을 무렵에는 윤아의 연기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빠르게 주연으로 올라섰지만 연기에 빈틈이 보일 때마다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의 연기력에 대한 얘기가 사라졌다. 윤아 자신도 이젠 연기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담감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연한 영화 ‘공조’와 tvN 드라마 ‘더케이투’(K2)가 분기점이었다.
“이젠 연기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어요. 대신 도전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편해졌어요. 연기 10년차라고도 말씀해주시는데, 저는 지난해 이후 촬영한 세 작품(‘공조’, ‘더케이투’, ‘왕은 사랑한다’)부터가 제 연기의 시작점인 것 같아요. 솔직히 ‘더케이투’를 할 때는 도전하는 마음이 컸어요.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않았던 모습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봐주실까 싶었거든요. 그 이후로는 제가 원하는 것이나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만한 것들을 더 찾아보게 됐어요. ‘더케이투’가 도전에 대한 부담을 깨뜨리게 해줬다면, ‘왕은 사랑한다’는 깨뜨려진 것들을 토대로 새로운 감정을 연기해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윤아는 지금까지 걸어온 10년을 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의 10년을 내다봤다. 지난 10년을 잘 보냈다고 생각하는 지금 같은 기분을 10년 후에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뭐든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를 안겨줄 수 있는 상황이 꼭 오는 것 같거든요. 10년 전에도 10년 후의 모습에 대한 질문을 받았어요. 그때는 상도 많이 받고 소녀시대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전 지난 10년을 너무 잘 지나온 것 같아요. 소녀시대 덕분에 얻은 것도 많고 연기도 많이 배웠고요. 멋있게 잘 보낸 것 같아서 뿌듯하게 생각해요. 10년 뒤에도 지금처럼 꾸준히 뿌듯하게 생각할 수 있는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