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가 ‘바람 앞의 촛불’ 입니다. 미국과 북한의 ‘강강’ 구도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자신의 SNS에 “훌륭한 국무장관인 렉스 틸러슨이 ‘리틀 로켓맨’(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협상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면서 “렉스. 당신의 에너지를 아껴라.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며 면박을 줬습니다. 또 “‘로켓맨’에게 잘 대해주는 것은 지난 25년간 효과가 없었다. 지금이라고 효과가 있겠느냐”면서 “클린턴이 실패했고, 부시가 실패했고, 오바마가 실패했다. 나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죠.
앞서 틸러슨 장관은 지난달 30일 중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뒤 “북한이 대화에 나설 의지가 있는지 살펴보는 중”이라며 “북한과 소통할 수 있는 2~3개의 대화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 정전 사태처럼 암담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정면에서 반박한 셈이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구설에 오른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과 관련해 “북한은 더 이상 미국을 위협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또 지난달에는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모두로부터 국민과 국가를 지킬 것이다. 여기에는 북한도 포함된다”면서 “우리의 적들이 F-35 전투기 엔진 소리를 들으면 ‘심판의 날’이 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달 19일에는 자신의 SNS에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해 ‘로켓맨’이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봤다”고 게재했습니다.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며 희화화한 것입니다.
중국 관영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솔함을 지적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 타임스는 논평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핵 문제 해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북한의 지도자를 외교적으로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미국 공화당 의원들도 의견을 보탰습니다. 존 코니언스(미시간) 하원의원을 포함한 미국 민주당 의원 61명은 틸러슨 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내부 선전을 돕는 위험한 발언”이라며 “대통령이 북한과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최대한 신중히 말해달라고 요청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죠.
실제로 김 위원장도 불쾌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트럼프가 우리 공화국을 없애겠다는 가장 포악한 선전포고를 해왔다”며 “모든 것을 걸고 우리 공화국의 절멸을 언급한 트럼프의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은 제3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뿔난 김 위원장이 핵 미사일 발사로 대응한다면, 목표는 대한민국이 될 테니까요. 전쟁이라도 일어난다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이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쯤 강경 발언을 멈출까요? 국민의 불안만 깊어 갑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