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 VS 1948’ 불 붙은 건국절 논란…“독립 선언 이래 역사적 흐름 강조해야”

‘1919 VS 1948’ 불 붙은 건국절 논란…“독립 선언 이래 역사적 흐름 강조해야”

기사승인 2017-10-08 05:00:00

[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15 광복절 축사’에서 “내년 8.15는 정부수립 70주년, 2년 뒤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1948년을 정부 수립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를 두고 1919년 ‘임시정부설’과 1948년 ‘대한민국 정부설’ 두 가지 의견으로 갈려 갈등을 낳고 있다. 쿠키뉴스는 3회에 걸쳐 건국절에 대한 상이한 논쟁 쟁점과 해외 사례를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짚어본다. 

“저항의 유산을 간직한 피식민국가들은 독립 선언, 저항의 출발점을 국경일로 기념한다” 

서양사학 저술 등 활동을 해온 박구병 아주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지난달 20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정치화한 건국절이란 표현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독립기념과 건국이라는 개념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느 한 시점이 아니라 독립 선언, 임시정부 수립, 해방, 독립 정부 수립에 이르는 과정의 연속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건국절을 어떻게 지정하는가

1776년 7월4일 독립선언서의 공포를 기념하는 미국뿐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독립기념일을 중요시 여긴다. 대표적으로 멕시코는 1810년 9월16일 미겔 이달고 신부가 주도한 ‘돌로레스의 함성’을 기념하고 있다. 아시아의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역시 독립선언일을 기준으로 삼는다. 인도네시아는 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네덜란드로부터 독립을 선포한 1945년 8월17일을 국경일로 삼는다. 베트남 역시 승전국인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1945년 9월2일로 지정하고 있다. 많은 피식민국가들이 주권을 빼앗긴 상태라 할지라도 독립선언 자체가 가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건국절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나라가 있는가

‘독립기념일이냐 건국절이냐’가 쟁점인 사례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건국의 아버지’라는 표현은 있지만, ‘건국절’이라는 표현은 없다. 독립기념일을 준수한다. 특히 식민 권력에 뚜렷이 저항한 국가들은 독립 선언 등 저항의 출발점을 중시한다. 그런 경향이 말하자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할 수 있겠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는 ‘건국’이란 개념이 덜 중요하다는 함의로도 볼 수 있다.    

▲대한민국 건국절 논란을 둘러싼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지금 우리는 지난 1919년과 1948년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니다. 게다가 그동안 어떤 시점이 기념할 만한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정치적, 학문적 논쟁을 할 여유가 여러모로 충분치 않았다. 어찌 보면 이제야 ‘건국절’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논란도 없었을 것이다. 예컨대 프랑스 혁명 기념일을 둘러싼 논란이 한 세기 뒤쯤에 마무리됐다. 이러한 점을 보면 한국 사회의 뒤늦은 논란은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사 논쟁은 현실의 정치적 문제와 겹칠 수밖에 없다. 언제라도 근거가 충분하고 의미 있는 정치적, 학문적 논쟁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언급했다

‘건국’이라는 표현 자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1919년 건국절’과 ‘1948년 건국절’ 등 두 개의 프레이밍이 대결하는 양상이 지속된다면 문재인 정부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건국이라는 단어가 그리 중요한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나 독립 선언 100주년이 더 가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정치인들이야 이런 논란을 즐길 수 있지만, 대통령으로서 적절한 발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명백히 ‘1948년 건국절’을 의식해서 한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1919년 3월1일 기미독립선언, 1945년 2차 세계대전의 종결에 따른 해방,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등 역사적 연결고리를 살펴봐야 한다. 

▲현대사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역사적 문제에 대해 비판적 관점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현대사에 대한 기계적 중립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한 꿈이다. 우리가 직접 경험하고 있는 현대사는 정치적 진공에서 구성되지 않는다. 정치 현실과 현대사에 대한 기계적 중립이 중요한 게 아니라 비판적 인식의 근거가 타당하고 설명이 적절한 방식인지를 중요하게 살펴봐야 한다.    

박구병 교수 프로필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사학과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UCLA) 사학과 박사 ▲한국서양사학회 편집위원장 ▲한국라틴아메리카학회 출판이사 ▲아주대학교 인문대학 사학과 부교수

조미르 기자 m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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