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 삼성, 흥국 등 주요 생명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보험사들은 업계 평균 수준보다 훌쩍 넘는 부지급률·건수를 기록해 소비자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보험금 부지급률은 소비자가 보험금을 청구한 건 중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비율을 말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다른 보험사에 비해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30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업계 평균 보험금 부지급건수는 636건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부지급률은 0.87%다. 보험 청구 1만건 가운데 87건은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생보사별로는 라이나생명이 35만3678건의 보험금 청구 건수 가운데 2617건을 지급하지 않아 보험금 지급을 가장 많이 한 곳으로 확인됐다. 이는 업계 평균보다 4.1배 높은 수치다. 뒤이어 흥국생명(2499건), 삼성생명(2411건), NH농협생명(2152건), 교보생명(1692건), 한화생명(1165건)이 1000건 넘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신한생명(823건), AIA생명(724건)도 업계 평균 보다 높았다.
부지급건수 상위 8개 생보사 가운데 부지급율이 가장 높은 곳은 NH농협생명으로 2.3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AIA생명과 신한생명이 각각 1.66%, 0.93%로 업계 평균 부지급률(0.87%)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나머지 교보생명(0.81%), 삼성생명(0.80%), 흥국생명(0.77%), 한화생명(0.76), 라이나생명(0.74) 등 5곳은 업계 평균을 밑돌았다. 이와 관련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타사 상품들은 만기가 될 때까지 보험금 청구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라이나생명은 보장성 보험 위주로 판매돼 부지급건수가 높게 나타난 것 같다”며 “회사별로 부지급건수를 측정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건수로 환산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도 “생명보험협회 공시에는 중복된 부지급건수가 포함돼 있다”며 “이를 관할하는 부서에 부지급건수를 산출하는 방식을 바꾸라고 말을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중복된 건수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업계 중상위권 정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가장 높은 부지급률을 기록한 AIA생명 관계자는 “업계 최초로 유병자보험을 출시하면서 지병이 있는 중장년층이 많이 가입한 상태”라며 “이 분들이 가입 당시에는 입원 경력 등을 정확하게 고지하지 않아 막상 보험금을 수령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병자보험 상품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칭찬을 받기도 한 꼭 필요한 상품인데 부정적으로만 보이는 게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밖에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던 NH농협생명 경우 농업인 등 고연령 소비자의 보험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보험가입 연령을 확대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 “상해보험에서 기존 질병을 보유한 고객의 청구건이 증가하면서 약관에 근거해 부득이하게 부지급건이 발생했다”면서 “부지급은 높지만 민원건수는 타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조미르 기자 m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