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총기사고’ 발생 사격장에 대한 군의 안전 평가가 형식적 수준에 그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1년간 실태 점검에서 사격장 구조 관련 지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군 당국의 안전 불감증이 또 한 번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쿠키뉴스는 17일 6사단 내 77포병대대 개인화기 자동화사격장(이하 사격장)의 관리실태 점검 현황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 국방부는 군인권센터와 타 언론의 정보공개청구에도 해당 문건을 공개하지 않아 왔다.
자료에 따르면 사격장은 지난 2000년 4월 지어졌다. 면적은 약 5만3229㎡(약 1만6132평)다. 약 1억210만원의 설치예산이 투입됐다. 사용 부대 수는 30개, 연간사용일수는 240일이다. 사격장 관리부대인 77포병대대, 6사단 그리고 3군 사령부는 사격장 정기 및 수시 안전점검을 꾸준히 실시했다. 정기점검은 1년에 두 차례 이뤄진다. 적어도 30회 이상 사고 예방 기회가 있었던 셈이다.
77포병대대는 사고가 발생했던 지난 9월을 포함, 같은 해 3월과 5월, 6월 수시 안전점검을 시행했다. 그러나 점검은 주로 사로 노후 표지판 교체, 통제탑과 계단 보수, 도색, 먼지 제거 등 시설물 보강 정비에 그쳤다.
사격장의 실질적 관리 책임자인 6사단의 문제 지적 또한 지엽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6사단은 지난 3월 사격장 정기점검에서 ‘사선 및 교보재 창고 정면 배수로 정비·보강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토사유실, 지반침하, 붕괴 우려 등 기타 위험 요소는 없다고 봤다. 방호벽(외부 충격이나 위험 물질을 막기 위해 세운 두꺼운 벽 모양의 칸막이), 전술도로 이용 통제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사단을 총괄하는 사령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3군사령부는 지난해 6월7일 실시한 안전점검에서 ‘방음벽 설치 관련 예산 집행 확인 외에는 특이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방음벽 설치 공사에는 4억18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던 방호벽에 대한 추가 예산 집행은 따로 없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달 9일 유탄(조준한 곳에 맞지 아니하고 빗나간 탄환)을 사고 원인으로 규정했다. 사고 장소 주변의 나무 등에서 70여개의 피탄흔이 발견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평소에도 탄이 사고 장소까지 빈번하게 날아갔지만, 이는 안전평가에서 고려되지 않았다.
육군 관계자는 “사격장에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경계병을 세워 출입을 통제하고, 경고방송을 하는 등 여러 조치를 통해 보완해왔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번 총기사고는 잘못된 통제로 인해 발생했다”면서 사격장 관리 부실 의혹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지난 9월26일 고(故) 이모(22) 상병은 사격장 뒤편 전술도로를 이동하던 중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졌다. 사고 발생 뒤, 국방부는 사격장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해당 사격장은 현재 사용 중지된 상태다.
쿠키뉴스 기획취재팀 민수미, 정진용, 이소연, 심유철 기자 spotlight@kukinews.com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쿠키뉴스 기획취재팀은 철원 총기사고와 관련, 후속 취재를 진행 중입니다. 해당 내용을 알고 계신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