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베트남의 찬란하고 유구한 역사를 토대로 양국 문학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문학 심포지엄이 처음으로 개최됐다.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행사의 하나로 마련된 ‘2017 한-베 문학 심포지엄’은 23일 호찌민시 비싸이 사이공 호텔 심포지엄룸에서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베 문학 교류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는 이두환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처장, 주한태 동리목월기념사업회 회장, 정민호 동리목월문학관장, 방현석 소설가(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구모룡 평론가(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 백시종 소설가, 이순원 소설가, 정영욱 희곡작가 등의 한국 문학인들이 참여했다.
또 쩐 반 뚜언 호찌민 작가협회 회장, 판 호앙 호찌민 작가협회 부회장, 응웬 꾸앙 티에우 베트남 작가협회 부회장, 응웬 티 탄 쑤언(호찌민 인문사회과학대 베트남 어문학과 교수), 쩐 쑤언 띠엔(문헌대학교 인문사회과학과 강사) 등 베트남 문학인들도 자리했다.
쩐 반 뚜언 호찌민 작가협회 회장은 “한국의 경제 발전 뿐 아니라 문학을 포함한 한국의 문화예술작품들은 베트남과 세계시장에 강력하게 유입되고 있다”며 “이는 베트남 작가들에게 더 깊은 생각과 고민, 새로운 글을 쓰게 하는 자극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 경주와 호찌민시가 이 심포지엄을 통해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발표에서는 자국 문학의 성과와 한계를 보고하고 문학 작품 속에 나타난 서로에 대한 견해를 진지하게 나눴다.
먼저 판 호앙 호찌민 작가협회 부회장은 ‘공감의 소리와 호찌민시 문학그림’을 주제로 “역사는 결코 멈추는 법이 없이 항상 흐르고 비록 아픈 과거라 할지라도 시간이 흐르면 화해의 시간을 갖는다”며 “이 심포지엄을 통해 한 사람 한사람이 하나의 시가 되고 하나의 공감소리가 돼 앞으로 베트남과 한국의 문학이 더욱 밝아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현대 호찌민 문학의 시대별 특징과 발전상, 작가들의 모습에 대한 설명을 통해 호찌민시 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줬다.
희곡작가 정영욱은 ‘한국 현대 희곡과 연극의 현실’에 대해 발표하면서 “희곡은 말이 아닌, 말과 말 사이, 침묵, 침묵 속에서 혹은 말과 함께 구성되는 몸의 언어를 통해 발화되는 예술장르”라며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희곡의 지형도를 소개했다.
특히 “비정상적 사회적 불평등, 상대적 박탈감, 인간소외, 폭력 방관의 시대에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작가들이 무대를 우리사회의 인간성이 재생되는 원초적인 장소로 되돌리기 위해 현대사회의 폭력성과 불안, 인간의 본질을 무대 위에서 표명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웬 티 탄 쑤언 호찌민 인문사회과학대학 베트남 어문학과 교수는 ‘베트남에 관한 한국 소설 두 편 속의 참회와 화해’라는 발표에서 황석영의 소설 ‘무기의 그늘’과 방현석의 ‘랍스터를 먹는 시간’ 속에 나타난 베트남에 대해 평했다.
그는 “위대한 두 작가, 황석영과 방현석의 두 눈은 자신의 고향에서 민주자유사상에 자신의 온 몸을 바쳤던 경험을 바탕으로, 어제 전쟁의 뿌리와 오늘 당면한 한국과 베트남 민족의 문제를 인식하고자 시대의 혼란하고 번잡한 것들을 꿰뚫어본다”고 밝혔다. 또 “이 두 소설은 대결이 아닌 교류를 통해서만 화해와 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응웬 꾸앙 티에우 베트남 작가협회 부주석은 ‘세계문학지도 속 베트남 문학의 윤곽’을 주제로 세계에 소개된 베트남 문학작품에 대한 성과와 한계를 짚었다.
그는 문학번역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며 “한국은 세계의 문학지도 안에서 자신의 문학을 짙게 그려간 나라”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구모룡 평론가(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는 근대문학 이후의 한국문학, 문학주의가 가져온 탈정치화 이데올로기가 가져온 손실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
이어 차별 없는 세상과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자, 혼혈인, 장애인 등을 두루 포함하는 소수자 문학의 필요성과 역할을 역설했다.
방현석 소설가(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한국인이 읽은 베트남, 한국문학이 쓴 베트남’이라는 발표에서 근대 한국인이 만난 베트남으로 판 보이 쩌우의 ‘월남망국사’, 현대 한국인이 만난 베트남으로 응웬 반 봉의 ‘사이공의 흰 옷’ 등을 소개했다.
작가가 만난 베트남으로는 찜 짱의 시 ‘수련꽃 오늘 더 붉네’, 휴틴의 ‘사람과 사람은 어떻게 사는가’, 반 레의 ‘삶이 시가 된 인간’ 등과 함께 하늘을 찌르는 욕망과 끝없이 추락하는 윤리를 다룬 방현석 소설가의 작품 ‘세월’을 설명했다.
이두환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처장은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양국 문학이 앞으로 나아가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면서 “양국 대표 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전쟁이라는 아픈 역사를 다룬 문학 작품들에 대한 서로의 이해를 교환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호찌민=김희정 기자 shi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