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호반건설 지배력 강화 꼼수(?)

현대산업개발·호반건설 지배력 강화 꼼수(?)

현대산업개발 지주사로 전환…호반건설산업, 계열사 합병 반복

기사승인 2017-12-07 05:00:00


현대산업개발, 호반건설 등 국내 일부 건설사들이 그룹 내부에 있는 자회사·계열사를 합병과 분리를 반복하며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지배구조에 변화를 주는 이유는 오너의 지배력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공능력평가 8위 건설사 현대산업개발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현대산업개발은 5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인 HDC(가칭)와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가칭)로 기업분할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인적분할을 통해 기본 존속법인은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분할법인은 사업회사로 신설하는 체계 전환을 추진한다.

지주사인 HDC는 자회사 관리와 부동산임대사업 등 사업포트폴리오 고도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주택 ·건축 ·인프라 부문에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업계는 현대산업개발의 지주사 전환이 정몽규 회장(사진)의 그룹 내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기업을 분할해 관계사 간 주식을 교환하면 의결권이 부활해 최대주주인 정 회장의 지배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현재 현대산업개발은 정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18.56%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국민연금(9.98%)과 템플턴자산운용을 비롯한 자산운용사들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신설되는 사업회사 보유 주식을 지주사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자사주도 적극적으로 매입해 왔다. 올 1~4월에 200만주, 4~7월 150만주를 추가 매입해 자사주 비중을 7.03%까지 늘렸다.

업계에서는 지주사로 전환한 존속회사가 내년 5월 분할 마무리 후 계열사 아이콘트롤스, HDC자산운용 등과 순차적으로 합병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아이콘트롤스는 정 회장 외 특수관계인 지분이 58.4%, HDC자산운용은 정 회장 외 지분이 100%다. 순차 합병으로 정 회장 지분률을 늘리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5일 호반건설산업은 100% 지분을 소유한 베르디움하우징을 흡수합병 한다고 공시했다. 호반건설산업은 2015년 10월 5일 종속회사인 (주)호반주택, (주)호반토건, (주)호반리빙, 호반엔지니어링(주), 아이씨엔개발(주)을 흡수합병한 전례가 있다.

호반건설산업은 내부 계열사를 이용해 거래를 해왔다. PF자금보증 등 보증을 제공하거나 자금을 빌려주고, 다시 이들 회사는 해당 차입금을 활용해 외주비, 광고선전비 등 명목으로 거래했다. 이 결과 호반건설주택이 특수관계자를 통해 얻은 매출은 2014년 176억원, 2015년 3124억원, 2016년 5472억원으로 집계됐다. 3년 새 31배 가량 뛴 것이다.

공시를 살펴보면 호반건설그룹 계열사인 호반건설주택의 매출은 2014년 2237억원, 2015년 1조2194억원, 2016년 2조169억원으로 최근 3년 동안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014년 399억원, 2015년 2855억원, 2016년 4996억원을 기록해 10배 이상 급증했다.

호반건설은 회사 내부에서 자금을 돌리며 그룹의 전체 파이를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궁극적으로는 장남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호반건설산업은 김대헌 상무(85.7%)와 김상열 회장의 부인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14.3%)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을 기반으로 한 건설사들이 성장해 덩치가 커지면서 자회사나 계열사를 많이 만들어 왔다"며 "하지만 이런 회사들은 결국 하나의 회사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내부 거래 비중이 높고, 합병과 분할을 꾸준히 시도하며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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