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대로 된 건강보험 국고지원 언제쯤 가능할까

[기자수첩] 제대로 된 건강보험 국고지원 언제쯤 가능할까

기사승인 2017-12-16 00:03:00
2018년 건강보험 국고지원 예산안이 국회에서 5조2000억원으로 의결됐다. 정부는 건강보험 일반회계 국고지원의 법정기준인 7조4649억원(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의 80%도 안 되는 5조4000억원(10.1%)의 예산안을 편성했고, 국회는 이마저도 2200억원 삭감해 의결한 것이다.

건강보험 국고지원 문제는 최근의 일이 아니다. 정부는 법의 허술함을 이용해 항상 법정기준에 미달한 예산안을 편성해왔고 이마저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매년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특히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어려움을 겪을 때도 법정기준에 미달한 예산안을 편성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문재인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30조6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국회와 의료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예산 확보방안 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지난 7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정책질의를 통해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지난해 건강보험 국고지원 부족분이 1조4169억원으로 급증했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안정적인 재정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남 의원은 “건강보험 국고지원 추이를 보면, 2015년과 2016년 7조974억원에서 2017년 6조8764억원으로 줄었고, 2018년 예산요구안도 금년도와 같다. 국고지원 부족분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3조7491억원에 달하며, 2013년 4707억원, 2015년 5878억원, 건강보험 수입액이 급증한 2016년에는 국고지원 부족분이 무려 1조4169억원으로 급증했다”며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건강보험에 지원하도록 되어 있는데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가 보험료 예상수입액을 매년 적게 산정하는 방법으로 지원규모를 줄여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발표한 ‘사회보험 중기재정추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은 2018년에 당기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할 전망이고, 특히 2016년 3조1000억원 흑자에서 2025년 20조1000억원 적자로 재정수지가 큰 폭으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며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안정적인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축소, 삭감된 2018년 건강보험 국고지원 예산안이 의결되자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태롭게 했다며 정부와 국회의 무책임한 태도에 유감을 표했다.

특히 이 같은 행태는 부족한 국고지원금을 국민의 부담으로 떠넘기는 것이자, 새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우려와 혼란을 더욱 확산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법에 명시된 ‘예산의 범위’와 ‘상당’이라는 제한적이고 자의적 문구를 삭제하고,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00분의 14를 지원한다’고 법에 국고지원 기준을 명확히 하는 한편, 당해 연도에 지원되지 못한 국고지원 예산을 차기 연도 예산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는 국고지원 사후 정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가입자단체는 여야 원내대표 간 밀실합의의 결과물이라며 규탄 성명을 냈다. 이들 역시 문재인케어의 재정조달 대책이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 국고지원마저 삭감됐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국고지원을 줄인다는 결정은 결국 문재인케어를 실현하기 위한 재정을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인 국민들의 보험료 인상만으로 해결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며, 문재인케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18년 국고지원금을 확대하기는커녕 삭감을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향후 법상 국고지원의 비율이 충족될 수 있도록 ‘국고지원금 사후정산제’ 도입을 비롯해, 국고지원 비율의 단계적 확대 등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강화하는 법제도 마련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건강보험재정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의 건강보험 국고지원의 축소는 보장성 강화정책의 실패, 더 나아가 건강보험재정의 파탄을 야기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건강보험 국고지원 법규정을 명확히 해 강제성을 부여하고, 그동안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국고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후정산제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 

이러한 전제가 없이는 정부가 항상 자랑하듯 말한 세계에서 부러워하는 전국민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은 없어질 것이고, 최악의 건강보험제도로 전락될 것이다. 

때문에 정부와 국회는 책임성 있는 자세로 건전한 건강보험제도의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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