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은 기대와 부담이 모두 컸던 영화다. 인기 원작이 있는 만큼 원작을 얼마나 재현할지, 어떻게 영화로 표현해낼지에 대한 관객의 관심이 컸던 것. 기대를 충족한 덕분일까. ‘신과 함께’는 개봉 7일 만에 47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영화 개봉 직후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용화 감독은 “사실 한 번 거절했던 시나리오를 2년 만에 다시 받았다”고 연출을 맡게 된 비화를 털어놨다.
“원작이 워낙 탄탄했던 만큼 제작사에서도 ‘신과 함께’에 대한 부담이 있었어요. 처음 영화화 제안을 거절한 2년 후에 다시 한 번 제안이 왔는데, 그 때 제작사에서 만들어 놓은 시놉시스 버전이 30개에 달했죠. 그 중에 제가 선택한 것은 원작의 김자홍과 군인 캐릭터가 형제로 나오는 시놉시스였어요. 거칠었지만 매력적이었죠. 결국 그 시놉시스를 가지고 혼자 제주도에 틀어박혀서 발전시켰어요.”
원작과 사뭇 다르지만 타깃만은 명확했다. 모든 사람. 원작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가 워낙 뚜렷했고, 예산이 큰 만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어야 했다. 김용화 감독은 “본래 어떤 영화를 만들든 나는 메인 관객층을 20대에서 30대 여성 관객으로 잡는다”라면서도 “남녀노소가 다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영화에서 제시하는 감정을 가장 잘 따라오는 건 아무래도 여성 관객이에요. 영화는 기술력보다는 감정이 훨씬 큰 감동을 주거든요. 그렇지만 ‘신과 함께’는 우리 모두에게 통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저승을 배경으로 한다고 하면 아무래도 시각적 쾌감을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저는 원작이 가진 드라마를 해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생각 외로 이런 종류의 영화가 잘 없거든요. 물론 컴퓨터 그래픽에만 예산이 1000억 원씩 들어가는 마블 스튜디오 영화처럼 만들 수도 없고요. 그렇지만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예산으로 좋은 그래픽을 만든 건 칭찬받고 싶어요. 하하.”
실제로 ‘신과 함께’의 뚜껑이 열리기 전 가장 많은 부담을 안은 것도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 부문이다. 막상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은 좋은 평가를 하고 있지만, 연출자 입장에서는 어렵기도 어렵거니와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지옥을 재현하기 전에 했던 생각은 ‘중국풍, 서양풍, 하는 말처럼 ~풍이면 안 되겠다’는 거예요. 어디서 본 것 같은 곳이면 안 됩니다. 한국 고유의 설화 속 지옥이잖아요. 그래서 일곱 지옥이 모두 다 어려웠어요. 물론 배우들에게 미리 보여주기도 어려우니 아예 만들 때부터 할리우드 방식으로 만들었어요. 콘티가 나온 다음 2D애니메이션으로 동영상화를 시키고, 그걸 또 다시 3D 애니메이션으로 바꾸면서 카메라 워킹부터 배우 움직임까지 한 번에 볼 수 있게 만들었죠.”
그래서 김용화 감독은 ‘신과 함께’를 같이 만들었던 사람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보통 영화는 연출자나 배우들의 역량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지만, 한 사람의 역량으로 결코 해 낼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고 김용화 감독은 거듭 강조했다. 관객수가 올라갈수록 작업자들의 얼굴만 떠오르고 깊은 감사를 느낀다고.
“저는 기쁨과 슬픔, 눈물과 웃음은 하나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기분이 좋을 때도 눈물이 나고, 감격을 해도 눈물이 납니다. 내 감정을 들키는 것이 두려워서 웃기도 하죠. 인생의 정점에는 항상 복합적인 두 가지 이상의 감정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글도 매 장면마다 두 가지의 이질적인 면이 들어가는 작법으로 쓰죠. 우리도 그렇게 살잖아요. ‘신과 함께’의 마지막 장면이 끝없는 슬픔뿐이라면 지금 같은 좋은 관객 반응은 없었을 것 같아요. 슬픔 안에 희망도 있고 위로도 있기 때문에 관객들도 감동을 느낀 것 아닐까요.”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