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년사에서 남측에 파격적인 대화를 제안했다. 다만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북과 남 사이 접촉과 내왕, 협력과 교류를 폭넓게 실현해 서로의 오해와 불신을 풀고 통일의 주체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원한다면 남조선의 집권당은 물론 야당들, 각계각층 단체들과 개별적 인사들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접촉 내왕의 길을 열어 놓겠다”고 밝혔다. 오는 2월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 또한 타진했다.
청와대는 북측의 신년사에 환영의 뜻을 드러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같은 날 오후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를 밝히고 이를 위한 남북 당국 간의 만남을 제의한 것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또한 “청와대는 그동안 시기·장소·형식에 구애 없이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밝혀왔다”며 “남북이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책임 있게 마주 앉아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의 해법을 찾아 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자리에서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정부는 같은 달 남북적십자회담과 남북군사당국회담을 북측에 공식 제안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 위협과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요청 등은 남북 간 대화를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을 향한 ‘핵 타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은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초강수를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북한이 핵 위협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대화에 응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인다. 전 세계적으로 대북압박 및 고립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지난달 23일 만장일치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북한의 석유 제품 수입 제한, 해외 근로자 송환 등이 골자다. 페루와 이탈리아 등은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자국 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했다. 앞서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포기 등을 언급할 때까지 대화는 없다고 못 박았다.
한·미연합군사훈련(연합훈련) 중단 또는 연기 역시 불확실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에 평창올림픽 기간 예정된 연합훈련의 연기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아직 확답을 주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은 같은 달 19일 연합훈련 연기 제안에 대해 “동맹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긍정적인 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 타결 도발로 인해 미국 내 여론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연합훈련이 진행된다면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물론 향후 대화 또한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