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심. 국민체감. 국민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전선진국 도약’.
행정안전부, 노동부, 국토부, 경찰·소방·해경청 등 정부 6개 부처가 23일 세종 컨벤션센터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진행된 재난·재해 대응 분야에 대한 올해 정부업무보고시 내건 슬로건이다.
이중에서도 해양경찰청(청장 박경민, 이하 해경청)은 세월호 참사와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사건,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 등 유독 빈번했던 해양 사고와 관련, 구조 과정에서 여러 논란과 의혹을 산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해경청은 올해 업무보고 자리에서 ‘해양선박사고 현장 대응체계 개선’을 전면에 내세우고 여러 대응 방안을 내놨다.
일단 해경청은 해양선박사고와 관련, 대응체계 개선을 약속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를 비롯해 낚시어선 사고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15년 206건 ▶2016년 208건 ▶2017년 263건 등 2016년까지 200여건이었던 사고는 지난해 60여건 이상이 급증했다. 낚시 등 해양레저 활동 인구는 증가하는 반면, 사고 대응은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는데 따른 해경청의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해경청의 ‘대응체계 개선’ 청사진은 다음과 같다. ▶1. 긴급신고 접수요원 지방청에서 통합 운영 및 신고 접수 시 상황실 전 직원이 신고내용 공동 청취 ▶2. 파출소에 잠수대원과 구조장비를 배치로 ‘구조거점파출소’ 지정‧운영 ▶3. 사고위험이 높은 해역의 관제구역 확대 ▶4. 출동·도착시간 단축 및 구조보트 계류시설 확충 ▶5. 민간구조 보상 현실화 ▶6. 안전문화 확산 캠페인 등이 그것이다.
모든 사고와 마찬가지로 해양사고 역시 초기 대응이 인명과 재산 손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1~4번은 초기 대응 숙련도와 신고접수시스템 개선, 출동 신속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응책 자체는 사실 새롭지 않다. 해경청이 ‘커버’해야 하는 해양 지역의 경계가 넓고, 상시적인 인력 부족 현상이 보고되고 있는 탓에 해당 대책이 제대로 운용되려면 그에 따른 인력 및 예산안이 어떻게 마련되느냐가 관건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민간과의 협력 부분이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턱없이 낮은 보상 문제 등과 맞물려 이렇다 할 성과를 내고 있진 못한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들은 정부로부터 소송을 당하거나 현재까지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하고 있지만, 적절한 보상을 받고 있지 못했다. 이번 업무 보고에서 해경청은 민간 구조 참여자에 대한 보상을 늘릴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양경찰청 혁신기획재정담당관 관계자는 “(민간에서) 구조에 참여하면 수당을 지급하지만, 그 액소가 시간당 6800원으로 너무 약소했다”며 “의용소방대원에게 지급하는 시간당 10000원 수준으로 상향한다는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현생 수상구조법은 앞서 거론한 민간 구조 참여자가 상해 등을 입었을 경우 보상을 할 법적 근거를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 해경청 관계자는 이번 업무보고에서 밝힌 ‘민간 구조 보상 현실화’와 관련, “세월호 민간 잠수사를 포함해 구조 참여 과정에서 본인 및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이를 보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귀띔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는 전 세계로부터 ‘안전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전체 사고 사망자중 안전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은 희생자 비율은 12.8%에 달하고 있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이 6%대인 것을 감안하면 2배가 넘는 수치다.
정부는 이번 업무보고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재난 재해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말’로 끝날지 실제 현장에서 적용될지 여부에는 여러 변수가 남아있다. 정부 당국자의 호언장담처럼 ‘체감하는 대책’ 마련에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