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식(式) ‘쇄국정책’이 발동된다. 자동차 산업에 공을 들여온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에는 자동차 연비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지난해 디트로이트에서 연비 규정 재검토를 약속한 지 11개월 만이다. 연비 규제 완화로 미국의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미국 자동차에 비해 고연비로 평가받는 한국과 일본차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자동차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 자동차업체의 요청으로 자동차 연비규정 완화를 고려하고 있다. 미국 도로안전교통국(NHTSA)은 2022년~2025년 신차에 적용될 연비 규정을 기존보다 완화해 내달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도로안전교통국(NHTSA)는 연비 규정 완화의 일환으로 이전 2026년까지 46.6mpg(mile per gallon)였던 연비기준을 35.7mpg으로 낮춘다. 또한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비중을 오바마 정부가 기존에 정했던 61%에서 10%로 낮출 방침이다.
연비 규제가 완화되면 내수 시장에서 미국 완성차업체에 유리한 상황이다. R&D 비용 절약을 통해 가격 인하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내수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또한 오바마 행정부가 내세운 정책 때문에 평균연비를 충족하지 못하면 벌금을 물어야 했던 자동차 제조사들은 벌금 상쇄효과까지 누릴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철저한 내수 시장 활성화 정책"이라며 "미국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연비 기준 완화 정책은 한국·일본차의 판매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일본차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과 연비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저연비 차종인 픽업트럭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차종임을 고려할 때, 저유가 기조와 연비 기준 완화로 일본차와 한국차의 장점은 퇴색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일본차와 한국차는 평균 연비에 대응하기 위해 연료전지차와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현대차는 수소차를, 일본 토요타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토요타는 지난해 12월,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전동차 계획을 발표해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순수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모든 종류의 친환경차 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순수 전기차의 경우 2020년대 초반까지 총 10개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도 향후 매년 전기차를 1차종 이상 출시하는 등 현재 2차종인 전기차를 2025년 14차종으로 확대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3위, 전체 친환경차 시장에서 2위를 공고히 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외신이 미국 환경보호청과 교통부가 자동차 배기가스와 연비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사실상 입장을 결정했다고 보도하고 있다”며 “이번 결정으로 전기자동차 개발의 추진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