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와 현대자동차를 합작파트너로 가진 자동차그룹 베이징기차가 베이징현대와 베이징벤츠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모양새다. 베이징기차는 베이징벤츠의 위상이 커짐에 따라 성장을 지원하는데 반해 베이징현대에는 비용절감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베이징기차공업투자유한공사(이하 베이징기차)에 대한 베이징현대의 이익기여도는 떨어진데 반해 또 다른 합작사인 베이징벤츠는 높아졌다.
베이징기차의 판매 비중 가운데 베이징현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70%에 달했으나 판매 부진과 사드 악재가 겹쳐 지난해에는 52%까지 떨어졌다. 반면, 베이징기차는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해 21%, 베이징벤츠의 비중은 약 10%대에서 지난해 28%까지 2배 이상 높아졌다.
베이징현대에 대한 베이징기차의 의존도가 떨어지면서 베이징기차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협상경쟁력이 높아진 셈이다. 지난해에는 사드 문제로 중국 정부가 현대차를 압박하자 베이징기차는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부품 거래처들을 교체하거나 부품 납품 가격을 30% 가까이 인하하라고 요구했다.
베이징현대는 현대차와 중국 베이징기차가 50대 50으로 만든 합작사로 한 쪽이 반대하면 대금 지출이 불가능해지는 구조다. 베이징현대의 자금을 담당하고 있는 베이징기차가 납품대금을 제때 지불하지 않으면서 협력사가 납품을 거부, 현대차 공장 4곳의 가동이 중단된 사태가 벌어졌다. 베이징기차는 베이징현대의 판매량이 대폭 줄자 목표 이익을 맞추기 위해 단가 인하를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자 납품대금을 지불을 미뤘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베이징기차는 베이징벤츠의 성장을 지원하고 베이징현대의 비용을 절감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량 회복을 위해서는 향후 1~2년 동안 기존의 라인업의 전면개편이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공격적으로 SUV 라인업을 확장해 중국시장 매출 회복을 꾀할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해 SUV시장이 전년보다 15.1% 증가했다. 세단이 마이너스성장세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시장 역시 SUV가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올 뉴 투싼’이 2만2369대가 팔리며 전체 판매 회복을 견인했다. 직전 달과 비교해 41.6% 판매가 늘었다. 또 지난 11월에 출시한 신형 ix35가 지난달에만 1만대 이상 판매돼 큰 도움이 됐다. 현대차는 올 1분기 ‘엔시노’를 출시해 SUV 라인업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