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내수에서 부진한 사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한국 시장 ‘톱5’ 자리를 넘보고 있다. 한국지엠(GM)과 르노삼성자동차는 각각 군산공장 폐쇄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 신차 부재 등으로 내수에서 부진한 판매 성과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6일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에 따르면 이들은 각각 지난달 5804대, 5353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한국지엠 전년 같은 기간보다 반토막 수준인 48.3%, 르노삼성은 33.2% 떨어진 수치다.
한국지엠의 경우, 2월 중순 터진 ‘군산공장 폐쇄’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군산공장 폐쇄로 인해 회사의 미래가 불확실해져 소비자 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발표되기 전인 1월에 비해 26%나 감소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렇다 할 신차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르노삼성의 고민도 크다. 르노삼성은 올해 1월 수입차인 메르세데스-벤츠에 내수 시장 ‘톱5’ 자리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다. 해치백 모델인 ‘클리오’의 국내 출시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판매 신장을 위한 동력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의 SM6와 QM6는 각각 1408대, 1883대가 판매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63.9%, 25.1% 하락한 수치다. 수입차 브랜드가 생산설비를 갖춘 국산차와 경쟁해 내수판매를 앞질렀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반면 수입차 내수 판매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국내 완성차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수입차 업체는 국내에서 23만3088대를 팔았다. 2015년(24만3900대) 이후 최고 성적이다. 지난 1월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2만1075대로 전년 동월대비 26.4% 증가했다.
국내 수입차 업계 1위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해 판매량 6만8861대로 전년 대비 22% 늘어 연간 판매량 6만대를 가볍게 넘겼다.
새해 들어서도 메르세데스-벤츠가 7509대를 판매하며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완성차 업계 5위인 르노삼성자동차(6402대)를 1000대 이상 앞서는 실적이다. 1월 5407대를 판매한 BMW도 2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3000만원대 수입차가 늘면서 수입차 진입 장벽이 낮아졌고 다양한 신차가 출시되면서 소비자 선택이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며 “새해부터 수입차 시장은 원활한 물량확보와 각 브랜드의 적극적인 프로모션 등으로 전월 대비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