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 중 고(高) 연봉을 받는 것으로 분류되는 국내 4사 정유회사들이 최근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2주 휴가를 장려하고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 있는 셀프 휴가신고제까지 도입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유 4사들은 고 연봉에 좋은 복지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유회사들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 9300만원, 에쓰오일 9031만원, GS칼텍스 8596만원, 현대오일뱅크 71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기업에 금융회사들 다음으로 정유회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평균 연봉 순위 20위권 내 기업 중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하나금융지주(평균연봉 1억1100만원)에 이어 에쓰오일은 평균연봉 1억1080만원을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9400만원), 한온시스템(9231만원), 한국항공우주산업(9000만원), 만도(8900만원), 현대모비스(8600만원) 등 자동차· 자동차 부품·조선·중공업 부문 보다 높았다.
이와 함께 직원들의 복지의 핵심인 장기간 휴가도 권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직원들의 휴식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빅 브레이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할 때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휴가는 완벽한 재충전의 기회로 삼자’는 취지에서 지난 2016년 도입된 제도다.
회사 관계자는 “절대적인 근무시간이 아닌 업무 능률의 제고가 중요하다는 것을 경영층이 인지하고 구성원들의 워라밸을 지켜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일부터 ‘휴가신고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더욱 편하게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직원들은 팀장의 사전 허락이나 결재 없이 휴가를 신청하고 직접 승인까지 완료한다. 직원들이 원하는 날짜에 주도적으로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SK 이노베이션 강 모 대리는 “사업부 마다 차이는 있지만 직원들이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2주간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일주일만 연차로 쓰고 기본급에 따라 다르지만 약 150만원 이상을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에쓰오일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2주 집중 휴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도입된 이 제도를 통해 직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2주 동안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에쓰오일 직원들은 사실상 의무적으로 2주 휴가를 사용해야 한다. 직원들의 휴가 사용 여부가 부서장이나 임원의 고가에 반영돼, 사내에서 휴가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에쓰오일 내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직원이 휴가를 사용하고 있고 2주를 한 번에 쓰거나 1주씩 나눠서 쓰기도 한다”며 “휴가를 쓰지 않으면 팀장 평가에 반영되므로 웬만해선 쓰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도 하계휴가와 별도로 2주간 리프레쉬(Refresh) 휴가를 준다.
GS칼텍스 관계자는 “2주간 취미활동이나 해외여행을 즐기는 직원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자유로운 휴가 사용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오일 서산공장 5년차 기사 손 모 대리는 “입사 후 1년차, 결혼 후 2주 휴가를 갔었다”며 “직원들이 휴가 계획을 2주씩 세우는 것은 사실”이라며 “권고 사항이라 부서별로 차이는 있지만 정유사나 플랜트 산업 분야가 직무별 담당자가 한 명인 경우가 많아서 2주 휴가가 쉽지 않을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정유업계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도 10년 이상으로 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GS칼텍스 15.2년, 에쓰오일 15.1년, 현대오일뱅크 14.2년, SK이노베이션 10.4년을 기록했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