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방이전 공공기관 2사옥 건립 왜 논란

[기자수첩] 지방이전 공공기관 2사옥 건립 왜 논란

기사승인 2018-03-17 01:00:00
2년여 전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에 따라 이전한 공공기관 중 일부가 제 2사옥 건립을 추진 중이거나, 추진계획을 발표했지만 혈세 낭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무엇보다 인력 증대의 예측 문제다. 그동안 인력을 확대해온 수준을 생각했다면 애초에 사옥을 수용 가능한 크기로 건립해 비용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향후 인력 추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제3사옥 건립이나, 2사옥의 공실로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비용은 역시 만만치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우 신사옥이 건립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제2청사 건립을 추진했고, 사업비는 약 1500여억원(부지 매입비 211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현재 2사옥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2월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제2청사 건립을 위해 총 956억원(부지 매입비 95억원, 건축비 861억원)의 건강보험재정을 신축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건보공단 본부 적정 근무인력은 1200여명인데 현재 용역포함해 1600여명이 근무하고 있고, 일부 업무는 사무실 임대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공단도 ‘새로운 국민연금 30년을 향해’라는 목표로 제2사옥 건립계획을 발표했다. 최대 2500조 원까지 확대될 기금규모에 걸맞은 사무공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연금공단은 지난 2015년 6월 본부 이전에 이어, 2017년 2월 기금운용본부 이전을 완료했으나, 사무공간 부족으로 2016년 12월 공공기관 최초로 국토부로부터 지방이전 제2사옥을 승인 받았다. 총 사업비는 612억원은 부지면적 2만1029㎡(6361평), 연면적 2만986㎡(6348평)의 지하1층, 지상9층 규모이다.

또 식당·체력단련장 등 편의시설과 300석 규모의 대회의실 등도 마련해 공단과 지역주민과의 소통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 일부에서는 공공기관 제2사옥 건립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전한지 1~2년도 지나지 않아 제2 청사 신축을 추진하는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행태는 국민들이 피땀 흘려 일해서 납부한 건강보험료의 가치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우선 심평원의 경우 당초 지방이전 승인 인원은 1088명이었지만 자동차보험 심사업무 편입 등으로 인해 본원 근무인원이 1670명으로 크게 늘어 제2사옥을 신축한다고 하지만 이는 건강보험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민간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심사업무를 위해 막대한 건강보험재정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건보공단 역시 사옥 신축의 이유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일명 문재인 케어)와 국정과제 수행 등 공단이 수행해야 할 업무가 늘어나면서 본부에서 근무해야 하는 인력이 50% 이상 늘었기 때문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문재인 케어 수행에 얼마나 많은 인력이 충원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무엇보다 건강보험에 치중해야 할 공단이 왜 일자리 창출 등 정부의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많은 인력을 충원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무가 늘어나면서 직원의 증가는 당연한 것이다. 특히 건강보험재정을 사용한다고 해서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라는 것은 억지 주장이다. 다만 인력 증원 추계를 제대로 못해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은 당연히 지적해야 할 부분이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불과 2~3년 후의 인력 충원 상황도 제대로 추계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전에 정확한 예측과 비용추계를 통해 혈세 낭비를 줄이는 것이 공공기관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다. 반발이 생긴다는 것은 이러한 부분을 처음부터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음을 알아야 한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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