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장벽 높이는 LCC… 과당경쟁 우려 VS 독점 강화

진입장벽 높이는 LCC… 과당경쟁 우려 VS 독점 강화

기사승인 2018-03-20 05:00:00

국내 항공시장에 신규 사업자의 진출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현재 대한항공, 아시아나 등 대형항공사(FSC) 2곳, 제주항공‧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LCC) 6곳만으로도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규제개혁을 외치고 있는 정부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LCC에만 진입 장벽을 지나치게 높여 기존 사업자들에게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팽팽하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4일부터 입법예고한 ‘항공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및 운수권 배분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과거 LCC 진입 촉진을 위해 완화됐던 면허 기준이 대폭 강화됐다.

우선 등록 자본금은 150억원에서 300억 이상으로 올라간다. 항공기 요건은 3대에서 5대로 늘렸다. 기존 LCC도 항공기가 6~8대 이상 보유한 이후부터 흑자로 전환한 만큼 경쟁력 있는 업체만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퇴출 요건도 강화됐다. 현재 2분의 1 이상 자본잠식이 3년 이상 지속돼야 재무구조 개선명령이 가능하나 이를 2년으로 단축했다.

항공교통본부 관계자는 “항공사 많기도 하고, 항공 노선이 포화됐다는 견해도 많다”며 “안전 문제 때문에 보수적으로 기준을 강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저비용항공사 진입요건 강화는 예고된 일이었다. 국토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에어로K와 플라이양양이 제출한 항공운송사업자 면허 신청을 검토한 결과 두 회사 모두 일부 면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신청을 반려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당시 국토부는 “국적사 간 과당쟁 우려가 크다”며 두 항공사가 면허를 반려했다.

업계에서도 신규 진입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LCC 업계 관계자는 “2009년 자금난으로 문을 닫은 한성항공과 같은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당시 소비자 환불도 안되고 정비사‧조종사 임금도 미지급됐다”며 “새로 진입할 항공사들이 국제선을 띄우지 않는다면 경쟁력은 없고 이미 지방에서 출발해 일본, 동남아 노선은 기존 LCC들이 노선 확장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도 시장이 포화상태인데 무리하게 공급을 증가한다고 시장이 확대되진 않는다”며 “오히려 조종사나 정비 등 인력 문제가 발생하면 안정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토부, LCC업계 관계자의 우려와는 달리 국내 항공 산업은 전례 없는 순항 중이다.

현재 국내 LCC 시장에는 애경그룹이 지분을 소유한 제주항공,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에어서울‧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6개 회사가 진출해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LCC 6곳의 매출은 3조6309억원, 영업이익 2783억원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35.0% 늘었고 영업이익은 92.7%나 급증했다. 국토부가 기존 업체의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

과당경쟁에 따른 안전 문제 역시 기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토부가 발표한 ‘2017년 항공교통 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국적 항공기의 지연율은 9.5%로 전년대비 3.8% 포인트 감소했다. 항공기 사고 및 준사고는 2015년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면 지난해에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높은 시장 진입 장벽이 기존 사업들 간 경쟁 제한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쟁을 막는 진입규제에 대해서는 정당한 사유, 즉 안전 문제가 아니라면 신규 사업자 진입을 어렵게 하는 규제 신설을 기존 사업자들의 경쟁을 약화시키고 독점을 강화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
이종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