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신발보다 싼 곳’이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타이어 유통업체인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에 인수전에 깜짝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KDB산업은행과 업계는 타이어뱅크의 인수 능력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으며 노조는 금호타이어 인수를 희망하는 국내기업이 타이어뱅크 외에도 두 곳이 더 있다는 새로운 주장을 하고 나섰다.
◇ 총자산 3640억원, 유동부채 1925억원 타이어 뱅크… 인수 자금 조달 가능성 희박
2013년 설립된 타이어뱅크는 비상장 회사다. 전국에 약 400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타이어 유통업체다.
지난해 4월 공시한 2016년 말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총자산은 3640억원이다. 이 중 현금성 자산은 192억원에 불과하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매출은 2000억원대를 유지했으며 순이익은 200억~30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2016년 매출액은 3729억2781만원, 당기순이익도 272억5617만원에 불과하다. 타이어뱅크의 지분 93%는 김정규 회장이 갖고 있다.
반면 타이어뱅크가 인수하려는 금호타이어의 총자산은 4조5205억원, 매출 2조8773억원이다. 2016년 매출이 2조9472억원, 당기순손실은 378억9500만원이다. 타이어뱅크의 2016년 순이익으로는 금호타이어 순손실을 메우기에도 부족하다.
또한 금호타이어 인수 금액이 6500여억원이란 점에서 회사가 가진 모든 자산을 기존 타이어 판매 사업에 한 푼도 쓰지 않고 인수 금액으로 투입해도 2860여억원이 모자란다. 타이어뱅크가 단독으로 인수하려면 필요 자금 대부분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무리수를 둬야하는 상황이다.
특히 타이어뱅크의 현금 유동성도 넉넉하지 않다. 총자산 60%가 앞으로 갚아야 할 부채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부채’는 1925억원, 같은 기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1090억원에 불과하다. 만기 전에 현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단기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보유 현금이 모자라더라도 토지나 건물 등 유형자산이 많다면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릴 순 있다. 하지만 타이어뱅크는 1905억원의 전체 유형자산 중에 850억원이 은행과 타이어 제조사 등에 담보로 잡혀 있다. 채권자들이 타이어뱅크에 빌려준 대출금이나 넥센·미쉐린타이어 등이 타이어를 공급하고 받아야 할 외상 대금(매출채권)이 떼이지 않기 위해 건물과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놓은 것이다.
타이어뱅크가 스스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다른 기업과 연대해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 김 회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기업 2곳과 금호타이어 공동 인수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이들 기업은 타이어뱅크가 한국 공장을 맡아준다면 금호타이어 인수에 참여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방법도 타이어뱅크 경영진이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사회적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얘기다.
김 회장은 명의 위장 수법으로 80여억원을 탈세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전 지검은 지난 10월 김 회장 등 임직원 6명와 타이어뱅크 법인을 각각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속한 상태다.
향후 재판부의 유·무죄 판결 여부에 따라 ‘경영 공백’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또한 불안한 변수 중 하나다.
기업평가관계자는 “STX 고성조선해양 인수해 삼강엠앤티 등 고래먹는 새우 사례는 있지만 차입 규모가 중요하다”며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를 싸게 매각할 생각은 없는 상황에서 차입규모가 총자산은 3640억원 규모의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가능성이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 산업은행 “노조가 더블스타 매각 반대하면 법정관리” VS 노조 “다른 국내기업 2곳 有”
금호타이어의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은 다른 인수자가 나타더라도 금호타이어 노조가 중국 더블스타로 매각에 반대할 경우 ‘법정관리’ 절차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6일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30일이 마지막 시한이기 때문에 노조와의 면담 등 최후의 시도를 한 것”이라며 “이 시한이 지나면 상장폐지·법정관리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산은은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 의향을 발표한데는 “할 말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면서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기자회견은 김 회장 측의 ‘의사 표명’에 불과할 뿐,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공식 참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산은의 입장이다.
반면 더블스타 등 해외매각에 반대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노조는 지난 24일부터 인수 의사를 밝힌 국내 기업이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주장해왔다.
27일에는 타이어뱅크 외에도 인수에 참여할 국내 기업 2곳이 더 있다고 주장했다.
금호타이어 노조관계자는 “노조 측과 접촉하는 국내 기업이 두 곳 정도 더 있고 정치인이 확인까지 해줬다”며 “매각이 공식적으로 무산되면 그 기업들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타이어뱅크가 국내 인수자로 나선 것은 환영하지만 그들의 자금력을 확인해봐야 한다”며 “산업은행은 국내 기업들에게 동등하게 입찰 자격을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