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4월 봄의 시작과 함께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채용 박람회가 개막했다. 교복을 입은 앳된 고등학생부터 정장차림의 대학 졸업자와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 부모님과 함께 온 대학생, 장년층 등 다양한 면면의 구직자들의 설레는 발길이 이어졌다.
각각의 기업 부스에는 정장 차림의 취업지원생들이 진지한 태도로 현장 면접에 임하고 있었고 일부 부스에는 면접을 보기 위해 4~5명이 줄을 지어 대기하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한 이번 행사는 ▲부품 협력사 ▲설비·원부자재 협력사 등 전국적으로 총 281개의 협력사가 참여했다. 특히 협력사가 밀집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6개 권역으로 세분화해 운영된다.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현대기아차는 ▲명사들의 강의가 진행되는 ‘취업특강관’ ▲행사장 방문 구직자들에게 컨설팅을 진행하는 ‘JOB 컨설팅관’ ▲현대·기아차의 동반성장 정책 및 협력사의 경쟁력을 알리는 ‘동반성장관’ ▲이력서 컨설팅, 무료 증명사진 촬영,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지원하는 ‘부대행사관’ 등으로 채용박람회를 구성했다.
부대 행사관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직업심리 상담관을 비롯해, 청년취업패키지 등 취업 컨설팅이나, 무료 이력서사진 촬영, 특히 올해는 캐리커처, 캘리그라피, 컬러이미지 등 부스가 신설됐다. 특히 컬러이미지, 캐리커처에 15~20명의 사람이 기다리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 올해 최초 ‘2·3차 전용 박람회’ 신규 실시
생산‧기술 직무를 준비한다는 자동차학과 4학년 고은성(25)씨는 “아직 취업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보를 얻기 위해 왔다”며 “특히 알지 못했던 외국계 기업들도 많았고 옆에서 회사 정보를 듣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직접 만나본 10여명의 취업준비생들은 와서 보니 약 300여개 참여기업 대다수가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 알짜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만도, 성우오토모티브 등 현대가(家) 관련 기업들, 니프 코리아 등과 같은 외국계 기업들이 포함돼 있었다.
대졸초임을 공개한 기업들의 경우 성과급을 제외하고 2800만원~3500만원 수준이었다. 일부 외국계 기업 인사담당자는 “국내 10대그룹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협력사 채용박람회는 협력사들이 채용 설명회와 상담을 진행하며 실제 채용으로 연결되도록 현대‧기아차가 장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행사 기획 및 운영에 이르기까지 재정적인 지원을 전담하는 국내 대표 동반성장 프로그램이다.
이번 협력사 채용 박람회는 1차 협력사를 위한 서울을 시작으로 안산(12일), 울산(27일), 광주(5월 3일), 대구(5월 15일), 창원(5월 24일) 등 전국 6개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은 이날 개막식 인사말에서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강화하고, 자동차산업 전반에 걸친 고용창출 확대에 기여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산과 울산 채용 박람회는 2‧3차전용 박람회로 운영된다. 이는 선순환형 동반선장의 일환으로 현대·기아차는 협력사 경영 개선을 위한 ‘상생협력기금’, ‘2·3차 협력사 전용 상생펀드’와 함께 전용 채용박람회 실시 등 실질적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인재 확보에 한계가 있던 협력사들은 매년 열리는 채용의 장을 통해 기업 가치와 비전을 알리고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 시들해진 인기…협력사들은 홍보 VS 지원자들은 신입‧경력 일자리 미스매치
인사 담당자들은 지난해에 비해 채용 박람회 인기가 시들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8500여명)보다 감소한 5500여명이 방문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비해 방문객이 35% 감소한 것이다.
A협력사 대리는 “연구‧개발 인력을 뽑는데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10명 정도 입사 상담을 하고 간단한 면접을 진행했다”며 “지난해에 비하면 50%정도 준 인원”이라고 말했다. 이 대리는 “상반기 채용이 이미 종료된 후에 박람회가 개최되다보니 지원자들의 관심이 떨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연료시스템 부품 제조업체인 코리아에프티 인사담당자는 “오늘 2명의 지원자만 만났다”며 “지난해는 20명은 만났는데 지원자가 대폭 감소했다”며 “자동차업계 불황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씁쓸함을 전했다.
경기도 소재의 자동차 부품회사 인사담당자도 “첫 해부터 참여하고 있는데 점점 인기는 하락세”라며 “박람회 규모는 커지지만 자동차 업계 불황과 함께 채용 박람회의 면접 결과가 실질적인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다보니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각 회사별로 상‧하반기 채용 일정이 다르기 때문에 공채 전에 박람회를 열어야 더 많은 지원자들이 몰릴 것”이라며 대안을 제시했다.
신입 지원자들은 신입‧경력 일자리 미스매치를 지적했다.
처음 채용 박람회를 찾아 5곳의 회사를 돌아본 유예샘(25)씨는 “생산‧품질 관리쪽을 지원하고 있는데 덴소, SL 등 둘러본 회사들 모두 신입 채용 계획은 없었고 경력직 채용을 했다”며 “직무와 회사에 대한 정보만 얻을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취업준비생 심민수(26)씨 역시 “관심 있는 제품, 기술 영업쪽 회사들을 찾아갔지만 경력직 위주의 채용이었고 회사에 대한 설명과 기본적인 직무 설명만 듣고 왔다”고 전했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