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T1이 그 어느 때보다 이른 시기에 스프링 시즌을 마감했다. 정규 시즌에 이어 포스트 시즌에서도 4위. 지난 2015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가 풀 리그제를 도입한 이래로 SKT가 기록한 가장 낮은 순위다.
SKT는 4일 서울 상암 OGN e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롤챔스 스프링 플레이오프 1라운드 경기에서 kt 롤스터에 1-3으로 패배했다. 1세트를 가져가며 기분 좋게 첫 단추를 풀었으나, 이어지는 3번의 세트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밴픽 싸움부터 완패였다. SKT는 상대의 세주아니·자크·트런들 고정 밴 전략을 끝내 파훼하지 못했다. 고육지책으로 꺼내든 자르반 4세와 카직스는 게임에 그 어떤 영향력도 선사하지 못했다. 플랜B라고 명명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졌다.
반면 kt는 이날 준비해온 밴픽 전략에 뚜렷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첫 세트를 다소 허무하게 내줬음에도 계속해서 같은 밴픽을 고수했다. 그리고 플레이로 증명했다. 강선구와 정글러 챔피언을 놓고 치킨 게임을 펼친 ‘스코어’ 고동빈은 3세트 모두 다른 챔피언(올라프·스카너·그라가스)을 플레이했다. 그는 도합 5킬3데스2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세트 MVP를 싹쓸이했다.
팔과 다리를 봉인당한 SKT는 이날 미드·정글에서 단 한 차례도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전장을 좁게 쓸 수밖에 없었고, 상대의 능동적이면서도 과감한 결정에 토를 달 수 없었다. 미드·정글 주도권 상실은 탑과 바텀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1세트와 3세트 퍼스트 블러드는 탑에서 발생했는데, 모두 ‘유칼’ 손우현(탈리야)의 발 빠른 로밍이 단초였다. SKT는 이와 같은 보디 블로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쓰러졌다.
사실 이날 패배를 두고 정글러 ‘블랭크’ 강선구의 좁은 챔피언폭이 문제였다고 지적하는 건 옳지 않다. 그보다는 팀 SKT가 세주아니·자크·트런들을 제외한 다른 챔피언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역량이 부족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김정균 감독의 용병술도 아쉬움이 남았다. 10인 로스터를 구성한 SKT는 이날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라인업을 고수했다. 1세트를 내준 kt가 고동빈의 투입으로 바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던 것과는 대비된다. 지난해 서머 시즌 플레이오프 맞대결에서 강선구 투입으로 ‘패패승승승’을 만들었던 게 이들이었음을 상기한다면 더욱 아이러니한 처사다.
4위는 준수한 성적이지만, 늘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던 SKT이기에 결코 만족할 수 있는 순위가 아니다. 이들은 이날의 패배로 지난 2015년부터 개근했던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진출 권한을 놓쳤다. 아울러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서킷 포인트도 30점을 얻는 데 그쳤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걸 준비했다고 공언한 시즌,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아쉬움이 남는 시즌이다. SKT는 올봄에 노출했던 약점을 보완해 여름 시즌을 맞이할 수 있을까. ‘레전드 네버 다이(Legend never die)’. 불과 5개월 전 그들이 섰던 대회 결승 무대에 울려 퍼진 노랫말을 실현해야 할 때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