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프로게이머 ‘더블리프트’ 일량 펭이 개인 통산 4번째 북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시리즈(NA LCS)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팀 리퀴드에 새 둥지를 틀자마자 일궈낸 우승이기에 더욱 뜻깊다.
이번 시즌 개막 전 팀 리퀴드의 우승을 점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정규 시즌 막바지까지도 그랬다. 팀 리퀴드는 4위(12승8패)로 정규 시즌을 마쳤고, 1위 100 시브스(13승6패)나 2위 에코 폭스(12승7패)에 비해 전력 열세가 뚜렷했다.
하지만 팀 리퀴드는 플레이오프에서 새 역사를 썼다. 8강전에서는 클라우드 나인(C9)을 3대0으로 잡았고, 4강전에서는 에코 폭스를 3대1로 꺾었다. 그리고 마지막 결승전에서 100 시브스까지 3대0으로 대파하며 무려 90%의 승률(9승1패)로 우승을 달성했다.
팀 리퀴드의 창단 후 첫 우승에 가장 크게 기여한 건 다름 아닌 ‘더블리프트’였다. 팀 최고참이기도 한 ‘더블리프트’는 플레이오프 기간에 무려 35.3의 평균 KDA를 기록하며 봄의 제왕으로 군림했다. 10경기서 총 57킬을 누적하는 동안 그가 전사한 횟수는 3번에 불과했다.
93년생으로 만 24세인 ‘더블리프트’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전인 지난 2011년 초 프로게이머로 데뷔했다. 한국에서는 넥슨의 FPS 게임 ‘서든어택’이 PC방 인기 순위 부동의 1위를 지키던 시절의 얘기니, 국내 최고참 ‘앰비션’ 강찬용이나 ‘스코어’ 고동빈보다도 더 오랜 기간 헤드셋을 쓴 셈이 된다.
그런 ‘더블리프트’지만 이번 시즌의 맹활약을 거론하며 그에게 ‘여전히 뛰어난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찬사를 보내는 건 어쩌면 옳지 않다. 그는 기량을 유지하는 데 그친 게 아니라, 계속해서 끌어 올려왔기 때문이다.
데뷔 초 ‘더블리프트’는 독선적인 게임 스타일 때문에 경기를 그르치곤 했다. 원거리 딜러의 본분을 잊은 채 필요 이상의 스플릿 푸시를 시도했고, 때로는 무리한 플레이로 팀원의 사기를 저하시켰다. 그러나 이제는 그 어느 누구도 이 두 가지를 ‘더블리프트’의 약점으로 지적하지 않는다. 그가 끊임없이 발전해왔다는 증거다.
‘트래시 토크’를 즐기는 경박한 이미지 때문에 티가 나지는 않지만, ‘더블리프트’는 7년 동안 늘 성실했다. 그는 유럽의 ‘소아즈’ 폴 부아예와 함께 초대 월드 챔피언십(롤드컵)과 가장 최근 롤드컵을 모두 밟아본 유이(有二)한 선수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장수 게임 반열에 접어들면서 1세대 프로게이머, 그리고 그 직후 세대 선수들마저도 서서히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는 오랜 선수 생활로 인해 타성에 젖거나, 또는 예전만큼 게임에 열정을 쏟아붓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더블리프트’의 이번 우승은 그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2018년 봄의 ‘더블리프트’는 리그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 같은 존재였지만, 동시에 가장 많이 발전한 선수였다. 그의 활약은 젊은 선수들의 선전과는 또 다른 종류의 울림을 줬다. 리그에 ‘더블리프트’와 같은 선수들이 더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