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핀이 그렇게 잘해?’ 승강전 최고 기대주 그리핀은 어떤 팀일까?

‘그리핀이 그렇게 잘해?’ 승강전 최고 기대주 그리핀은 어떤 팀일까?

기사승인 2018-04-13 16:18:53

‘그리핀이 그렇게 잘한다며?’

오는 17일 서울 상암 OGN e스타디움에서 막을 올리는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서머 시즌 승격강등전(승강전)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올 시즌 그리핀은 챌린저스 팀치고는 이례적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케스파컵이 그 기폭제 역할을 했다. 당시 이들은 16강에서 아프리카 프릭스를 2대0으로 완파하며 자신들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또 이어지는 8강에서도 SK텔레콤 T1 상대로 1대2까지 따라붙는 등 크게 선전했다.

이는 일시적인 파란이 아니었다. 이번 봄,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챌린저스 코리아(챌린저스) 스프링 시즌에서도 그리핀의 활약은 계속됐다. 시즌 14전 전승을 거두고 단 2세트만을 패했다. 무려 93.3%의 승률로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CJ 엔투스가 갖고 있던 역대 최고 승률 기록(92.9%)까지 갈아치웠다.

2번의 세트패마저도 과감한 전술·전략 실험에서 나온 결과였다. 시즌 마지막 경기를 마친 직후 만난 그리핀 김대호 감독은 “전승 우승에는 큰 욕심이 없었다. 전승에 집착하기보다는, 실험적인 픽과 선수 로테이션을 활용해가며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싶었다. (세트패를 기록한 것이) 약간은 아쉽지만, 패배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리핀은 이 기세를 살려 롤챔스 문턱까지도 넘어설 수 있을까? 다수의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그리핀의 승격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가령 올 시즌 챌린저스 해설을 맡았던 ‘빛돌’ 하광석 해설위원은 “그리핀이 기존 챌린저스 강팀보다도 경쟁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승강전에 참가하는 4팀 중 1순위의 전력”이라고 평가했다.

김 감독 역시 “실수가 없다면 무조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승격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상대도 최고의 컨디션이고, 우리도 최고의 컨디션이라면 질 수 없는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 주도적 게임 설계 두드러져… 정글러·원거리 딜러가 에이스

그리핀의 강점은 무엇일까? 하 해설의 경우 그리핀의 주도적인 게임 설계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하 해설은 “기존 챌린저스 팀은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면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팀의 실수를 이용하는 패턴이 많았다. 반면 그리핀은 롤챔스 팀처럼 스스로 게임을 설계하고, 상대의 실수를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그리핀 팀 내부에서는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높은 게임 이해도를 최고 강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 감독부터가 아직까지는 ‘그리핀의 사령탑’보다 아마추어 고수 ‘씨브이맥스’로 유명한 인물. 한때 레블즈 아나키(現 아프리카 프릭스) 소속으로 롤챔스 본선 무대를 밟은 경력도 있다.

이처럼 전 구성원의 높은 게임 이해도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그리핀은 정교하면서도 과감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경기 초반의 사소한 신경전부터, 게임 승패를 결정짓는 대형 오브젝트 싸움까지 모든 것이 치밀한 설계 하에 이뤄진다.

설계도면을 그리는 건 전적으로 정글러 ‘타잔’ 이승용의 몫이다. 지난 시즌 솔로 랭크에서 ‘데프트’ 김혁규의 뒤를 이어 전체 2위에 오른 바 있는 이승용은 콜(오더)과 운영 능력이 돋보이는 선수로, 팀의 메인 오더까지 겸하고 있는 두뇌파 정글러다.

김 감독은 이승용을 “게임의 길잡이”라고 소개했다. 게임을 지고 있든, 이기고 있든 간에 방향성을 잃지 않을뿐더러, 자신이 행동할 때 라이너가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지 1분 전부터 설계할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승용의 설계 능력을 두고는 “콜이 기가 막힌다”고 표현했다. “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계속해서 가정해주고, 상대 정글 위치를 리스크 없이 완벽하게 찾아준다”는 게 그의 보충 설명이다.

밥상을 차리는 게 이승용의 역할이라면, 이를 맛있게 먹어치우는 건 원거리 딜러 ‘바이퍼’ 박도현의 일이다. 박도현은 뛰어난 하드웨어(피지컬)가 장점인 선수. 진과 같은 스킬 기반 딜러부터 자야 등의 기본 공격 기반 딜러까지 능히 다룬다.

김 감독은 박도현을 두고 “그냥 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것에는 이유가 붙기 마련이지만, 이 친구는 그냥 잘한다”며 박도현의 재능을 높게 평가했다. 아울러 “스스로도 하드웨어가 뛰어나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사리지 않으면서도 쉽게 죽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 해설도 박도현과 이승용, 두 선수를 그리핀의 에이스로 꼽았다. 하 해설은 “박도현이 딜러 포지션에 나이도 어린 데다가, 미남어서 상대적으로 더 주목을 받는 부분이 있다. 반면 이승용은 포지션 특성상 게임을 다 만들어놓고도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승용은) 유리할 때 (스노우볼을) 굴리는 플레이, 불리할 때 수를 만드는 플레이가 좋고, 교전 시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다”고 칭찬했다.

여기에 팀의 중앙을 책임지는 ‘래더’ 신형섭도 그리핀의 핵심 전력 중 한 명이다. 캐리 능력은 동 포지션 경쟁자 ‘쇼메이커’ 허수(담원 게이밍)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으나, 그 대신 범용성과 안정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김 감독은 신형섭을 컴퓨터의 메인보드에 비유했다. 그는 “다른 선수들이 성능이 좋은 그래픽카드 또는 CPU 같은 부품이라면, 신형섭은 이 부품의 성능을 100% 발휘케 하는 역할을 한다”며 다른 팀원과의 호환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매겼다.

이어 “신형섭 개인만 놓고 본다면 팀 내 같은 포지션 경쟁자인 ‘초비’ 정지훈보다 개인 하드웨어가 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신형섭에게는 적극적인 콜 능력과 뛰어난 전투 상황에서의 판단력이 있다. 그래서 나머지 4명의 개인 기량이 더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 해설은 “(신형섭이) 최근 들어 활약이 매우 좋아졌다. 과거에는 챔피언 폭도 한정적이었고, 솔로 랭크 티어도 낮았다. 그러나 리그 중후반에 들어서면서 티어를 확 끌어올렸고, 자신감도 생겼다”며 “전천후로 잘해주는 선수”라고 전했다.

■ 챌린저스의 킹존, 단점 안 보여…굳이 뽑자면 탑 부담감 벗어나야

그리핀은 난공불락일까? 적어도 챌린저스에서는 그랬다. 김 감독이 “상대보다 우리의 컨디션이 중요하다. 상대도 최고 컨디션이고, 우리도 최고 컨디션이라면 질 수 없는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자신할 정도다. 당시 김 감독은 “못할 때는 3부 리그 팀에게도 질 수 있지만, 100% 컨디션일 때는 롤챔스의 그 어떤 팀에게도 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하 해설은 “그리핀의 경우 챌린저스 무대에서는 단점이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트패를 당한 건 능력치가 대폭 하향된 칼리스타를 다시 꺼내보는 등 과감한 실험을 진행한 경우에 한했고, 그래서 팀의 약점을 노출했다고 보기엔 어려웠다는 평가다.

다만 하 해설은 ‘소드’ 최성원의 부담감 덜어내기를 그리핀의 유일한 숙제로 예상했다. 하 해설은 “(전에 비해) 최성원의 실력이 약간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매우 잘하는 선수다. 필요 이상으로 주눅 든 느낌이 있다”며 “충분히 잘하고 있음에도 나머지 팀원이 워낙 잘하다 보니 자신이 못 쫓아간다는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다. 심적인 부담감을 떨쳐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롤챔스 승격 가능성은?

그리핀은 롤챔스로 승격할 수 있을까? 하 해설은 그리핀의 승격을 예상했다. 그는 “이번 승강전에 참가하는 4개 팀 중에 그리핀이 가장 강하다고 본다. 그 다음 롤챔스 출신의 2개 팀을 공동 2위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리핀은 평소 연습 경기에서도 챌린저스 팀 상대로는 거의 패배하지 않는 수준”이라면서 “롤챔스 팀도 그리핀을 높게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그리핀은 실제로 평소 연습 과정에서 일부 롤챔스 팀들과 맞붙었을 때 우위를 점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핀 내부적으로도 승격을 자신하고 있다. 챌린저스 시즌을 막 마친 당시 김 감독은 “높게 쳤을 때 롤챔스 중위권 정도”라고 스스로의 전력을 평가했다. 그때 그는 “어떤 부분에서 얼마나 못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며 “약점을 개선해 롤챔스 서머 시즌 우승에 도전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김 감독이 롤챔스 서머 시즌 우승 도전을 선언한 지 약 보름이 지났다. 그동안 그리핀은 부족한 점을 스스로 진단하고, 충분히 보완했을까. 답은 오는 17일 4개 팀의 운명을 결정짓는 승강전에서 밝혀진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윤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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