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공생ㆍ이익 다 챙긴 도심 속 sk인천석유화학 공장

[르포]공생ㆍ이익 다 챙긴 도심 속 sk인천석유화학 공장

기사승인 2018-04-17 14:08:22

 15일 오후 2시 인천에 위치한 SK인천석유화학 정문 앞. 벚꽃비가 내리는 길을 따라 들어가니 약 165만㎡(약 50만평)을 둘러싼 거대한 방음·방호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많이 들어서다보니 소음, 냄새 등을 차단하고 주민들과 공생하기 위해서 신경을 쓰고 있다”며 “벚꽃동산도 그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정문을 지나 내부로 들어가니 육중한 철탑들과 정글짐을 방불케하는 파이프라인들이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었다. 국내 3번째 정유공장으로 시작해 IMF 파동, 경영권의 부침 등을 겪으며 49년 동안 한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의 무게감이 생산 공장 곳곳에서 묻어났다.

SK인천석유화학은 크게 두 곳으로 구분할 수 있다. 메인 콤플렉스(약 129만㎡)와 율도 터미널(약 33만㎡)로 구성돼 있다.

메인 콤플렉스에서는 원유 정제를 통해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기초 원료를 생산한다. 율도 터미널은 송유관, 제품저장탱크, 부두가 있어 미국과 중국, 동남아 수출에 유리한 인천의 지리적 이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49년 역사 깃든 메인 콤플렉스…고부가 PX 투자해 수익 견인차 역할

생산 공장 조종실부터 들렀다. 큰 메인 화면에 온도, 압력, 유량 등 데이터들과 파란색 불이 계속해서 공정 상황을 알려주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세트에 의해 전 공장이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타 산업에 비해 공장 규모는 크고 사람 적은 게 특징이고 조종실에는 각 팀당 2명씩 근무하고 4조 3교대로 24시간 운영된다”고 말했다. 

조종실에 나서 먼저 주요 생산 공장인 메인 콤플렉스를 둘러봤다.

“여기가 1971년에 만든 1공장입니다” 라는 말과 함께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가 가리킨 곳에는 다소 녹이 슨 듯한 정유공장이 서있었다.  1공장은 SK인천석유화학의 전신인 경인에너지개발(주)가 있던 곳이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석유 수출은 꿈도 못 꾸던 시절, 미국 정유사인 유니언 오일과 한국화약이 합작해 만든 회사였다.  

1999년 현대오일뱅크로 경영권 양도된 이후에도 경영여권이 호전되지 않아 부도 발생, 2003년에는 법정관리 들어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도 했다. 2006년 SK에너지(현재 SK이노베이션)가 인수하며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많은 역경과 고난 뒤에도 꿋꿋하게 버텨 지금까지 1공장은 무탈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높은 타워를 자랑하는 원유정제시설에서는 원유를 가열해 휘발유·등유·경유·항공유 등 끓는점의 차이에 따라 제품이 분류된다. 타워의 높이가 높을수록 끓는점이 세분화돼 다양한 석유제품을 만들 수 있다. 타워에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빠져나간 물질들은 인근 설비로 옮겨져 가스, 황 등 불순물을 제거한 뒤 ‘석유제품’으로 거듭난다.
 
공장을 돌던 차량이 파라자일렌(PX, 페트병‧합성섬유 등의 원료가 되는 고부가 화학제품) 철제타워 앞에 멈춰 섰다. PX는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SK인천석유화학을 흑자전환에 이어 견조한 실적으로 견인해준 주인공이다. 2014년 SK에너지(현 SK이노베이션)이 1조6000억원을 투자해 단일 공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연간 130만톤의 PX 공장을 세운 뒤 중국 등을 위주로 PX 수요가 높아졌고, 가격이 급등하면서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인 영업이익 3966억원을 달성했다. 홍욱표 팀장 사회공헌팀장은 “2016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한 데 이어 3개년 통합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며 “올해 영업이익은 3500~4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인천석유화학의 또 다른 강점은 CSU(Condensate Splitter Unit, 초경질원유 분리공정)정제시설이다. 파란색 타워 모양을 한 CSU는 얼핏 보기에는 빨간색 타워인 CDU(Crude Distillation Unit, 상압증류공정) 정제시설과 외관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CDU는 원유를 비등점에 따라 LPG, 납사, 등유, 경유, 중유로 분리하는 공정을 말하고, CSU는 경질유를 포함해 초경질원유(컨덴세이트)까지 분리할 수 있는 공정을 말한다.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CDU는 사용할 수 있는 원유가 제한적이지만, CSU는 다양한 원유를 다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SK인천석유화학이 국내 정유‧석유화학 회사 중 유일하게 CDU와 CSU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점을 경쟁력으로 평가한다.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 원가의 대부분은 원유가 차지(약 90% 수준)하고 있어, 경제성 있는 원유의 도입은 사업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SK인천석유화학은 초경질원유 (Condensate), 경질원유, 고유황 중질원유, 납사 등 다양한 원료를 시황 변화에 따라 빠르고 유연하게 투입할 수 있어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실은 낮게, 수익은 높게’ 가져갈 수 있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또 원유 도입국가도 중동 위주에서 탈피하여 북유럽, 러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원유 구매 계약도 시황에 따라 장기계약(분기 or 년단위)과 단기계약(월 단위) 비율을 신속하게 조정하는 등 (현재 장기계약 비율 30% 이하 수준) 원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공장을 둘러본 뒤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소방서였다. 고가 사다리를 탑재한 특수 소방차를 포함해 총 4대가 주차돼 있었다.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구급차도 있고 소방대도 따로 있고 훈련도 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모두 수입했고 웬만한 소방서보다 더 잘돼있고 혹시 모를 사고에도 바로 출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인근에 있는 플래어스택(공장의 압력을 조절해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시설물)은 안전공단에서도 교본을 삼을 정도라고 했다. 도심 속 공장이라 안전사고에 더 철저히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SK석유화학은 12년째 화학물질관리, 저탄소 녹색성장, 대기관리, 수질관리, 냄새∙소음관리 등 5개 분야에 약 3000억원을 투자했다. 그 결과 지난해 1월에는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공정안전관리(PSM) 심사에서 최우수 등급인 ‘P’ 등급을 획득했다.

5~7㎞을 따라 이어지는 송유관…60%수출 책임지는 창구, 율도터미널 부두

메인 콤플렉스에서 생산된 PX제품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차로 10분여 떨어진 율도터미널 부두로 옮겨진다. 버스를 타고 왼쪽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PX의 해외 여행길을 따라 달렸다. 관계자는 “파이프라인을 깔끔하게 지하로 숨길 수 도 있지만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직접 시설을 눈으로 보면서 점검 및 보수가 가능해 지상에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제된 석유화학 제품들이 해외로 수출될 때 이동하는 길을 그대로 따라갔다. 10분여쯤 지나자 4만톤 규모의 붉은색 원유선가 선적 중이었다. 관계자는 “중국 대련항으로 수출을 하기 위해 원유를 싣고 있다”며 “선적한지 8시간정도 됐다”고 말했다.

이날 SK인천석유화학은 수출될 PX제품이 선적되는 부두를 공개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총 4개의 부두를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제품인 PX는 1, 2, 4번 부두에서만 선적이 가능하다.

이날 PX제품은 2부두에서 4만톤 규모의 배에 선적돼 약 36시간의 운항을 거쳐 중국 대련항으로 이동한다. 시간당 6000배럴의 PX제품을 선박에 선적해 1만톤을 전부 싣기까지 약 14시간이 소요된다.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율도 터미널에서 한 달에 85만배럴 규모의 PX제품이 거의 95% 이상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PX 시황이 좋아지면서 PX제품을 실을 선박이 부두에 접안하는 횟수가 하루에 1~2씩 등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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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333@kukinews.com
이종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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