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흡연’ 나쁜 거 다 아는데 경고그림에는 왜 민감할까?

[기자수첩] ‘흡연’ 나쁜 거 다 아는데 경고그림에는 왜 민감할까?

기사승인 2018-05-27 00:07:00
5월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0가 지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다. 이날에는 전국에서 담배의 위해성, 흡연폐해를 알리는 다양한 캠페인이 진행된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보건복지부는 2기 담뱃갑 경고그림과 경고문구를 공개했다. 동일한 경고그림을 오랫동안 사용함에 따른 익숙함과 내성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전면 교체를 통해 담배 폐해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불러 일으켜 경고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2기 경고그림이 공개된 날 담배 판매 관련 업체들과 흡연자 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2016년 12월 담뱃갑 경고그림이 처음 도입됐을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한국담배판매인회는 흡연 경고그림의 담뱃갑 상단배치에 대해 ‘영업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반대했다. 또 경고그림 시안이 ‘사실에 근거하고 지나치게 혐오스럽지 않아야 한다는 국민건강증진법의 단서조항을 위반했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판매자들이 혐오스런 경고그림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정신적 고통을 입을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번에 2기 경고그림이 공개되자, 사실은 경고그림 관련 기자브리핑보다 앞서 한국담배협회는 보도자료를 배포해(기사 보도시간은 경고그림 브리핑시간) 복지부가 발표한 담뱃갑 경고그림·문구 시안은 과학적 근거 없이 과장돼 도저히 받아들 수 없으며, 복지부의 결정 과정에 심각한 우려와 함께 결정 재고를 요청했다.

또 경고그림이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흡연자 및 담배 업계의 의견 반영 없이 결정됐다고도 주장했다. 입법예고 기간이 의견수렴 기간임에도 말이다.

흡연자 커뮤니티의 주장도 유사하다. 지나치게 혐오스러운 이미지 사용은 국민건강증진법의 법 취지에 어긋나고 이번 담뱃갑 경고그림 결정에 흡연자의 의견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으며, 어떤 규제를 도입함에 있어 사전에 이해당사자와 논의하는 게 민주주의 기본임에도 흡연자와 담배 소매인 등을 철저히 외면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왜 경고그림에 이처럼 민감하게 받아들일까. 단순히 혐오스러운 그림을 보기 싫기 때문일까, 아니면 경고그림이 흡연을 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일까.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의 취지는 단순하다. 흡연율을 낮추고, 흡연자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모든 흡연자가 ‘금연’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겠지만 이는 단순히 경고그림과 경고 문구만으로 안 되는 것임을 다들 알고 있다. 

처음 경고그림이 도입됐을 때 많은 흡연자들이 거부감에 담배케이스를 구매하거나, 경고그림을 가릴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은 많은 흡연자들이 경고그림에 대해 불편함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때문에 금연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경고그림과 문구가 필요한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담배의 해로움을 알고 있고, 흡연자들을 줄이기 위한 경고그림을 도입했는데 혐오스러움이 과하고, 흡연자들과 논의하지 않았다며 반대하는 주장이 많은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이다.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지나치게 혐오스러운 이미지 사용은 국민건강증진법의 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는 금연정책을 추진하는 정부라면 시급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담배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이상 흡연자들의 권리도 중요하다. 하지만 흡연자들의 비흡연자에게 피해를 주거나, 흡연자를 늘리는 주장을 하는 것은 공감하기 힘든 이기심으로 생각된다.

더욱이 이러한 주장을 담배 제조사 등 담배 판매와 관련된 곳에서 한다면 많은 사망자와 환자들을 만들어낸 가습기 살균제와 다를 바 없지 않나 생각한다.

담배로 인한 사망자가 정확히 몇 명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흡연이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 명확히 알려진 현실에서 정부의 금연정책에 반대하는 주장에 “담배가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유산인가” 되묻고 싶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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