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산하기관인 고양문화재단이 내부적으로 또 한 건의 불미스러운 사고를 내면서 혼란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재단 전산담당 직원이 간부들의 전자결재문서(그룹웨어)를 무단 열람하다 발각돼 대기발령을 받은데 이어 그 여파가 재단 전체로 번지면서 급기야 수사기관의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고양문화재단 다수의 직원들은 31일 “전산 직원의 그룹웨어 무단 열람도 문제이지만 그런 잘못된 행위를 하게 된 불순한 배경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에 대한 공정하고 신속한 조사를 통해 끊임없이 말썽을 일으키는 조직의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며 목청을 높였다.
특히 몇몇 직원은 “간부들의 그룹웨어를 열람할 필요가 없는 말단 직원의 이번 행위에는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면서 “위계나 위압에 의한 부당지시를 한 배후세력이 있는지를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8일 전산직원 K씨의 그룹웨어 무단열람 사실이 재단 대외협력실장에 의해 들키면서 표면화됐다. 재단 그룹웨어 운영 관리자인 K씨가 자신의 마스터 비밀번호를 이용해 대표이사를 비롯해 감사·인사·경영 관련 결재권한을 가진 팀장과 실장, 본부장 등 간부들뿐 아니라 보안문서 담당직원들의 그룹웨어까지 몰래 열어봐 왔던 것이다.
K씨의 행위는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48조와 제49조, 형법 제316조 등을 위반한 심각한 범법행위로 알려져 있다.
이에 재단에서 내부 감사에 들어가려고 하자 K씨는 연거푸 병가를 신청하면서 감사를 지연시키다 결국 지난 30일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상황이 이러자 고양문화재단의 분위기가 평온할 리 만무다. 현재 재단 내에서는 K씨의 그룹웨어 무단 열람 과정과 배후뿐 아니라 그의 입사 과정과 평소 근무태도 등에 대한 의혹들이 무성하게 피어나고 있다.
특히 K씨의 입사 과정에 A과장과 P본부장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예전의 풍문이 재차 재단 내부에 파다하게 번지고 있다. 사실 이는 2016년 11월 K씨의 입사 이래 재단 직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인정되고 있다.
한 팀장급 직원은 “직원 K씨와 A과장의 학연, A과장과 P본부장의 특수 관계 등 여러 정황상 의심받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일 잘 하던 전산담당 직원을 별다른 이유 없이 사업마케팅팀으로 전보하고 K씨로 대체할 때부터 의심의 씨앗이 싹텄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룹웨어 무단 열람의 ‘배후설’에 대한 직원들의 의혹은 더욱 노골적이고 구체적이다. 오래 전부터 재단에서 전횡을 휘두르며 분란을 조장해온 고위간부를 지목하고 있는 이 의혹은 직원들 두셋만 모여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한 직원은 “전자결재용 서버와 K씨의 사무용 PC 및 SNS와 통화내역을 조사해 자료를 다운로드 받거나 출력했는지 여부를 정확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불법으로 취득한 정보를 누구에게 전달했는지에 대한 전모를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직원들이 수사기관에 고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재단 자체 감사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검·경 고발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런 점에서 직원 K씨의 사무용 PC에 대한 보호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이미 증거가 인멸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고양문화재단 노동조합 관계자는 “연명부를 정리하는 등 노조 차원에서 고발할 준비를 해가고 있다”면서 “재단 차원에서 고발하지 않으면 노조 차원에서 수사기관에 고발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110여명의 직원과 매년 수백억 원의 예산을 주무르는 고양문화재단은 최근에만도 고양시교향악단 선정의 공정성 시비와 통상임금 반환소송의 불순성 논란에 휘말리는 등 끊임없이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한 고위간부의 전횡에 따른 심각한 내분은 재단 안팎에서 크나큰 난제로 인식되고 있다.
고양=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