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이 오랜 기다림 끝에 개막했다. 브라질, 프랑스, 독일, 아르헨티나 등 내로라하는 강호들이 즐비한 이번 월드컵은 우승팀의 향방 못지않게 스타플레이어의 활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축구 황제’ 자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가 독식했다. 호날두와 메시는 지난 9년간 최고 권위 개인상인 발롱도르를 양분하며 축구계를 호령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 나란히 참가하는 둘은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현역으로서는 사실상 황혼기다. 자연히 새로이 황제 자리를 탐내는 ‘신성’들의 도전이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다. ‘신계’가 유지될지, 새롭게 재편될지를 지켜보는 것은 이번 월드컵을 즐기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 최고 몸값 갱신한 네이마르, 실력으로 구설수 잠재울까
브라질 대표팀 소속 네이마르는 지난해 8월 3000억원에 달하는 이적료를 기록하며 파리 생제르맹으로 둥지를 옮겼다. 그러나 짧은 시간 선수, 감독, 구단과 불화설에 휩싸이며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팀을 떠날 위기에 처했다. 네이마르는 실력만 놓고 보면 ‘신계’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논란을 잠재우겠다고 했다. 브라질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네이마르가 고국의 우승을 이끈다면 네이마르의 신계 입성이 거의 확실시된다.
◎ 음바페, 영 플레이어&골든슈 동시 석권 노린다
프랑스는 그간 기대로 범벅된 신예를 다수 배출했지만, 이번만큼은 역대급이다. 주전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의 등장 때문이다. 이제 막 20살이 된 음바페는 2017-2018시즌 프랑스 리그앙에서 21골 16도움을 몰아치는 괴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음바페가 기록한 이적료는 1억 8000만 유로(약 2300억원)로, 세계에서 2번째로 비쌌다. 음바페는 21세 이하 선수에게 수여되는 ‘영 플레이어상’을 넘어 골든슈(득점왕)까지 노리고 있다. 프랑스는 음바페를 앞세워 20여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노리고 있다.
◎ ‘발롱도르 유력’ 호날두, 월드컵에서 굳히기?
호날두는 1985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치면 서른넷이다. 이제는 움직임이 더뎌질만도 하지만 그에게 기대하고, 열광하는 환호성은 여전하다. 호날두는 직전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11경기 연속 득점을 달성하는 등 총 15골을 몰아치며 높은 무대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스페인 라 리가에서도 25골을 뽑으며 득점 2위에 올랐다. 지난 2016년 유럽대항전(유로)에서 포르투갈을 우승으로 이끌며 국가대표팀 커리어를 쌓은 호날두다.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 될 이번 대회에서 호날두는 모든 것을 쏟을 준비가 돼있다.
◎ 커리어상 마지막 빈칸 채우고 싶은 메시
유럽무대에서 모든 우승컵을 들어본 경험이 있는 리오넬 메시에게 커리어상 마지막 빈칸은 국가대표팀 우승이다. 1987년생, 우리나이로 32세에 접어든 리오넬 메시 또한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4년 뒤면 서른여섯, 빠른 발과 날렵한 드리블이 특기인 그에게 상당히 부담스런 나이다. 치열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아르헨티나 성인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 브라질, 프랑스와 더불어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메시는 이번 시즌 라 리가에서 36경기 34골 12도움을 기록, 건재함을 과시했다. 32년 만에 고국의 우승을 이끈다면 비로소 커리어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 부상에도 웃음 잃지 않는 파라오, 살라
올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를 강타한 ‘파라오’의 활약은 축구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모하메드 살라는 리그 36경기에서 32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에 올랐다. 컵 대회 등을 합하면 총 44골로, 메시(45골)-호날두(44골)에 필적하다.
살라는 UCL 결승에서 볼 경합을 벌이다가 부상을 입었다. 월드컵 출전에 그림자가 드리웠지만 살라는 포기하지 않았다. 강도 높은 재활을 소화하며 조별리그 1차전 출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쿠페르 감독은 14일 “살라가 대표팀에 합류해 훈련에 임하고 있다. 컨디션도 좋아지고 있다”면서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집트는 A조에서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우루과이와 경기를 치른다. 팀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살라의 폭발적인 득점력이 충분히 발휘된다면 매 월드컵마다 한 팀씩은 꼭 나왔던 ‘돌풍의 주역’이 이집트가 될 수 있다.
◎브라질 신성 제주스, “영 플레이어 상은 내 거야”
브라질의 ‘신성’ 가브리엘 제주스는 음바페와 함께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주목 받는 영 플레이어다. 그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환경 미화원으로 빈민가에서 페인트칠을 하던 소년이었다. 그런 그가 전환점을 맞은 건 불과 1년 뒤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다. 2015년 U-20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결승을 이끈 제주스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른 나이에 브라질 성인 대표팀에 승선하며 세간의 화제를 낳았고, 2017-2018시즌 맨체스터 시티에서 주축 멤버로 뛰며 EPL 승점 100점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 3월 독일과의 A매치 평가전에선 결승골을 넣으며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케인의 시간이 왔다… 잉글랜드 한 풀까
해리 케인은 잉글랜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공격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케인은 겉 외모와 달리 1993년생(25세)으로, 팀 동료 손흥민보다 1살 아래다. 젊은 나이에 그가 ‘배태랑 공격수’라 불리는 이유는 외모뿐 아니라 골게터로서 보여주는 노련함 때문이다. 케인은 기회가 오면 지체 없는 슈팅으로 골망을 가른다. 전통 공격수 스타일이지만 때론 창의적인 플레이로 골을 만들기도 한다. 케인은 EPL 2017-2018시즌 37경기 30골로 살라에 이어 득점 2위에 올랐다. 그 전 2시즌은 각각 29골, 25골로 EPL 득점왕에 올랐다.
케인이 속한 잉글랜드는 축구 종주국의 위상에 맞지 않게 월드컵에서 부진했다. 1966년 서독을 꺾고 우승컵을 들었으나 1990년 4위에 오른 이후 한 번도 4강에 들지 못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에 델레 알리, 라힘 스털링, 에릭 다이어, 필 존스 등 최고의 전력을 보유 중이다. 만약 케인이 이 같은 라인업에 방점을 찍으며 상위라운드 진출을 이끈다면 잉글랜드를 넘어 세계 최고 공격수로 축구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 아울러 호날두-메시로 양분됐던 ‘신계’는 새 국면을 맞을 터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