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타스 통신 ТАСС, 국영 러시아방송, 일간 로시트카야 가제타(Rossiskaya Gazeta) 3사가 공동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인터뷰했다.
이날 인터뷰는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하루 앞두고 진행된 것으로 한국과 러시아의 우호관계, 남북 화해와 평화를 위한 양국의 역할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밝히는 자리였다.
대통령을 인터뷰한 미하일 구스만 타스 통신 제 1부사장 겸 편집총국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언론계 지인으로 세계 주요 지도자 500여명을 인터뷰한 경험을 가진 중견 언론인입니다. 특히 한국 언론인들과 깊은 친분관계를 맺고 있으며 김대중 대통령 이후 모든 한국 대통령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구스만 부사장은 대통령과의 인터뷰에 감사를 표하며 몇 시간 후 러시아로 떠나게 될 대통령에게 한국과 러시아,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기대를 물었습니다. 대통령은 러시아 월드컵의 개최를 축하하며 개막전에서 러시아가 큰 승리를 거둔 데 대해서도 축하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또한 한국와 멕시코의 경기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음은 대통령과 미하일 구스만 제 1부사장의 인터뷰 내용 요약이다.
Q. 푸틴 대통령과 세 번째 만남인데, 어떤 인상을 갖고 있는지?
감사합니다. 푸틴 대통령님과 저는 유라시아 대륙의 평화와 공동번영이라는 비전에 대해서 공유를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경제 발전을 위해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신동방정책과 또 제가 우리 새로운 성장동력의 확보를 위해서 준비 중에 있는 신북방정책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그리고 또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입니다. 협력을 더욱 구체화하는 논의를 하고자 합니다.
푸틴 대통령과 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서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인 남북 경제 협력 시대가 열릴 텐데, 그때의 남북 경제 협력은 러시아까지 함께하는 '남북러 3각 협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남북 간의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앞으로 중장기적으로는 동북아 전체의 다자 평화 안보 협력 체제로 발전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한국과 러시아는 끝까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한반도의 상황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푸틴 대통령님께서 일관되게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유엔안보리의 강도 높은 제재 결의에 동참해 주셨고, 또 그 제재 결의를 철저하게 이행을 하면서 평화적인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일관되게 주장을 함으로써 오늘의 상황을 잘 이끌어 주셨습니다. 지금까지 보여주신 푸틴 대통령님의 협력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계속적인 협력을 기대하려고 합니다.
Q. 밤잠을 설치며 기다렸던 싱가포르 회담, 성과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저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간절히 기원했는데, 제 기대 이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북미 관계는 지난 70년간 적대와 갈등 속에 있어왔습니다. 이제 북미 관계는 그런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그런 역사적인 대전환을 이루었습니다.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고, 또 미국은 북한의 안전에 대한 보장을 약속했습니다. 이제 앞으로 남은 과제는 그 훌륭한 합의를 완전하고 신속하게 실천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남북 간의 합의와 북미 간의 합의는 아주 빠르게 실천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앞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또 핵실험장을 폐기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또 미사일 엔진 시험장의 폐기도 약속을 했습니다. 그동안 휴전선을 마주보면서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던 그런 선전방송도 이미 다 중단하고 방송시설들을 철거했습니다. 나아가서 이번에 한국과 미국은 대규모 연합훈련도 유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마 북한의 미군에 대한 유해 송환도 빠른 시일 내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빠른 실무협상이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북한은 더욱 더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고, 또 미국은 거기에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들을 신속하게 이렇게 제시하면서 함께 이렇게 실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Q. 김정은 위원장의 인상은? 앞으로 남북정상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김정은 위원장은 아주 젊은 나이인데도 상당히 솔직담백하고 침착한 그런 면모를 보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장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아주 예의바른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저와 김정은 위원장은 긴 시간 동안 허심탄회한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결과에 있어서도 많은 합의를 이루어냈지만 합의서에 담지 않은 많은 부분에 대해서도 서로의 공감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했고, 그래서 핵을 내려놓는 대신 자신들의 체제를 보상받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핵을 내려놓고, 경제 발전에 전력을 싣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남과 북이 함께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지 또한 합의서에 그대로 남겨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남북 간의 경제 협력은 또 러시아와의 3각 협력으로 이어져야 한다하는 점에 대해서도 서로 공감을 나누었습니다.
Q. 남북러 3각 협력, 가장 유망한 사업은 어떤 것일지?
대표적으로 3각 협력이 빠르게 시작될 수 있는 사업은 우선 철도, 가스, 전기, 이렇게 3개 분야입니다. 철도는 남북철도가 연결이 되고, 그것이 러시아 시베리아 철도와 연결이 된다면 한국으로부터 유럽까지 철도를 통한 물류 이동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그것은 북한과 우리 한국에게도 엄청난 이득을 주게 되며 러시아에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가스의 경우에도 가스관을 통해서 북한으로, 한국으로 공급되고, 나아가서는 해저관들을 통해서 일본으로까지 이렇게 공급될 수도 있습니다.
전기의 경우에도 러시아에서 생산된 전력이 북한과 한국으로, 그리고 또 나아가서는 일본으로까지 공급될 수 있는 소지가 있습니다. 이것이 앞으로 유라시아대륙의 공동번영을 촉진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Q. 러시아 국빈방문을 앞두고, 러시아 국민들에게 한 말씀
모스크바와 우리 서울은 아주 멉니다. 비행기로 9시간 정도 걸리는 그런 먼 거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와 한국이 멀리 있는 나라라고 인식하기 쉬운데, 사실은 러시아는 한반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바로 이웃나라입니다. 러시아의 극동지역과 한국은 아주 가깝습니다. 그래서 우리 한국이 추구하는 한반도의 평화체제, 또 더 확대돼서 동북아의 다자 평화 안보 체제, 더 나아가서는 유라시아의 공동번영, 평화까지 한국과 러시아는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양국의 인적교류가 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러시아를 사랑하고, 러시아의 문화를 사랑하면서 러시아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국민들께서도 한국을 더 가까운 나라로 그렇게 생각해 주시고, 또 사랑해 주시고, 또 한국의 더 많이 찾아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