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문지기’ 이고르 아킨페예프가 조국 러시아를 월드컵 8강으로 이끌었다. 잠시 뒤 열린 크로아티아와 덴마크의 16강전에선 다니옐 수바시치와 카스페르 슈마이켈의 승부차기 선방 맞대결이 펼쳐졌다. 그래서 다비드 데 헤아의 퇴장은 더욱 초라했다.
스페인은 1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러시아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경기에서 패배했다. 정규 시간에 1골씩을 주고받았으나, 이어지는 승부차기에서 상대 골키퍼 아킨페예프를 공략하지 못해 무너졌다.
양 팀의 골키퍼 컨디션은 극과 극이었다. 스페인은 아킨페예프가 지키는 러시아 골문을 끝내 허물지 못했다. 이들은 이날 24개의 슛, 9개의 유효 슛을 날렸음에도 1골을 얻어내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상대 수비수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의 자책골로 기록됐다.
이날 스페인은 볼 점유율 78%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규 경기 및 연장전 시간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러시아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결국 이어지는 승부차기에서도 2명의 키커가 아킨페예프에게 막히면서 패배하고 말았다.
아킨페예프와 달리 데 헤아는 이날 경기에서 단 1개의 선방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는 전반 41분 아르툠 주바의 페널티킥 득점을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 아울러 승부차기에서도 러시아 키커의 슛을 하나도 막아내지 못하면서 팀 패배를 자초했다.
비단 이날 경기에서만 부진한 게 아니었다. 데 헤아는 이번 대회 내내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 포르투갈과의 조별예선 첫 경기에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중거리슛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아쉬운 실점을 허용했다.
데 헤아는 이번 월드컵에서 단 1개 선방을 기록했다. 이는 단 한 차례라도 경기에 나선 40명의 골키퍼 중 공동 38위로 꼴찌에 해당한다. 같은 수치를 기록한 보이첵 슈체즈니는 2경기, 스티브 만단다는 1경기를 치렀다. 데 헤아는 4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아울러 2일 오전 3시 펼쳐진 크로아티아와 덴마크의 16강전 대결은 데 헤아의 뒷모습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이날 크로아티아 수문장 수바시치와 덴마크 수문장 슈마이켈은 골키퍼 싸움의 진수를 선보였다.
슈마이켈은 연장 후반 동점 상황에서 크로아티아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경기를 승부차기로 끌고 갔다. 또 승부차기에서도 2명의 키커 상대로 선방을 기록하면서 덴마크의 수호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뛰는 녀석 위에 나는 녀석이 있었다. 수바시치는 승부차기에서 무려 3개의 슛을 막아내고 크로아티아를 8강으로 이끌었다. 든든한 후방지원은 5번째 키커 이반 라키티치에게 자신감을 북돋아줬다. 라키티치의 페널티킥이 골망을 가르면서 크로아티아는 8강에 올랐다.
이처럼 데 헤아를 제외한 3명의 골키퍼가 맹활약을 펼치면서 귀국길에 오르는 데 헤아의 뒷모습은 더욱 초라해졌다. 약 7000만 유로(910억 원)로 평가돼 이번 월드컵 참가 골키퍼 중 최고 몸값을 기록한 데 헤아지만, 실제 활약은 그 평가에 비해 턱 없이 부족했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