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규제개혁, 멀어지는 미래의료

늦어지는 규제개혁, 멀어지는 미래의료

기사승인 2018-07-05 12:34:56
의료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과거 증상이나 신체적 이상함을 느꼈을 때 병원을 찾고 치료를 받았다면, 이젠 증상을 느끼기 전에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하고, 건강상 변화를 포착해 예방한다. 최근에는 사전에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여지를 파악해 이상여부를 떠나 요인을 제거하는 시대가 됐다.
환자의 개념도 달라졌다. 이제 질병이나 질환을 가진 사람이란 환자의 개념을 넘어 의료서비스 이용자 혹은 소비자라는 표현이 포괄적으로 쓰인다. 증상이나 질환을 갖진 않았지만 건강을 관리하고 예측하고 예방하는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질병의 예방과 건강관리라는 확장된 의료서비스 영역의 성장이 더디기만 하다. 일련의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각종 진단 및 검사, 관찰이 가능한 첨단의료기기의 개발과 혁신이 이뤄져야하지만 국내 수준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어서다. 
국민일보와 쿠키뉴스가 5일 ‘문재인 케어 Ⅱ, 보건의료산업의 혁신방향’을 주제로 공동주최한 ‘2018 미래의학포럼’ 2번째 시간이자 ‘첨단의료기기 산업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소주제로 진행된 토론장에서 전문가들은 과거에 머물고 있는 법과 제도가 의료기기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격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헬스케어’로 대변되는 기술적 변화나, 달라지고 있는 의료의 흐름과 소비자 요구가 결합하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법이나 제도가 이를 제대로 정의하고 구분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팽배했다. 새로운 혁신을 온전히 수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장은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 이뤄진 첨단의료기기 산업분야의 규제개혁 사례를 소개하며 ‘규제의 탈제품화’, ‘제조사 중심의 자격인증’을 핵심으로 하는 인·허가 구조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사전인증(pre-certify) 프로그램 시범사업에 대해 언급한 후 “혁신적 기술의 가치와 필요성을 국가가 산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어디에서 무엇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혁신이다. 최소한의 규제로 혁신을 방해하지 말아야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FDA의 발 빠른 규제혁신과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심의 규제격차가 커지며 산업계는 회의론이 팽배하다. 국내는 가망이 없으니 해외로 나가야한다는 이들도 많다”면서 “한 나라의 의료산업 수준은 그 나라의 규제수준이 결정한다. 일반적이고 합리적인 규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발전하는 기술과 함께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와 인식의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수용 성균관대 디지털헬스학과 교수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의료정보 활용방안’에 대해 발표하며, 혁신적 기술의 등장과 그 기반이 되는 개인정보의 보호범위, 법·제도적 모순과 규제의 한계, 개인정보의 정의에 대해 고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건강데이터가 활발히 공유될수록 보건의료기술이 발전할 수 있다. 개인정보와 비식별화된 정보를 명확히 구분하려는 법과 제도, 인식은 개선해야한다”고 지정하며 “혁신이 필요하다면 지금의 의료정보, 건강정보, 정보보호의 개념부터 다시 논의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일지라도 식별이 불가능한 정보일 수 있으며,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라도 배경지식에 따라 개인별로 인식이 가능할 수 있는 만큼 비식별화와 재식별화의 모호한 경계를 선을 긋듯 명확히 하려는 시도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을 포함한다’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정의에서 ‘쉽게’와 같은 모호한 혹은 구체적인 내용 없이 선언적으로 정의할 것이 아니라, 키와 몸무게처럼 개인식별이 어려운 건강정보를 민감정보로 구분하고 규제하는 인식을 바꿔 보다 면밀한 정의와 개념이 재정립돼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완벽한 비식별화는 없다. 비식별화는 데이터가 추가되고 기술이 발전하면 깨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지속적인 관리와 모니터링이 이뤄져야하며 정부가 해야할 역할은 말싸움에 앞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허용해야할지 기준을 잡아줘야한다”고 당부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