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의 티에리 앙리 벨기에 축구 국가대표팀 코치가 조국을 상대로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전을 준비한다. 정확히 20년 전 프랑스에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선물했던 앙리지만, 이제는 그들에게 비수를 꽂아야만 한다.
프랑스와 벨기에는 오는 11일 오전 3시(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크레스톱스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4강전에서 맞붙는다. 양 팀 모두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평가된다.
앙리 ‘코치’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다. 앙리는 현역 시절 프랑스의 1998 프랑스 월드컵 우승, 2000 유럽 축구선수권 대회 우승 등을 이끌었다.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123경기에 나서 51골을 넣었다.
하지만 지금은 벨기에 벤치에 앉아있다. 2014년 은퇴를 선언한 앙리는 아스널 유소년 코치직을 거쳐 2016년 벨기에 국가대표팀 코치로 변신했다. 앙리의 부임 이후 벨기에는 승승장구, 월드컵 조별 예선을 H조 1위(9승1패)로 마치고 본선 4강까지 올랐다.
만약 앙리가 벨기에를 월드컵 우승으로 이끈다면 선수와 코치로서 모두 월드컵을 거머쥐는 영광을 얻게 된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조국인 프랑스를 격파해야만 한다. 얄궂은 운명에 처한 셈이다.
한편 디디에 데샹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앙리를 적으로 마주하게 된 것을 두고 “이상한 기분”이라고 밝혔다. 데샹 감독은 프랑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앙리)는 프랑스인이지만 반대편 벤치에 앉아있을 것”이라면서 이와 같이 말했다.
프랑스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 역시 “이번 경기를 통해 앙리가 잘못된 캠프를 선택했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굉장히 자랑스러울 것”이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그는 “이번 경기는 앙리에게 매우 특별할 경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