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은 초복입니다. 삼복(三伏) 중 첫 번째이자, 하지가 지난 뒤 세 번째 경일(庚日)인 초복은 폭염·열대야 등 본격적인 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복날의 시초는 중국 역사가 사마천 쓴 ‘사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기의 ‘진기제 5장’에는 “진덕공 2년에 삼복 날에 제사를 지냈는데 성내 사대문에서 개를 잡아 해충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막았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기원전 679년인 그 시대에도 복날에 개고기를 먹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매년 삼복더위에 되풀이되는 ‘개고기 식용 논란’, 올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그동안 개고기 식용 논란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비위생적이고 잔인한 도살방법과 불법적인 유통체계였습니다. 도살방법 개선을 추진하던 과거 달리 이 문제를 바라보는 최근 추세는 조금 더 격렬해졌습니다. 개·고양이 식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자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15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개·고양이 도살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대집회’를 열었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보도자료를 내고 “개를 식용으로 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 베트남, 북한과 우리나라뿐이며 개 농장이 있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면서 개·고양이 식용금지법 제정을 촉구했습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개·고양이 식용 종식을 청원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청원 작성자는 “우리 모두 불필요한 육식을 줄여야 한다”며 “법의 사각지대에서 끔찍하게 죽어가는 개와 고양이만이라도 식용을 종식시켜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청원은 15일 기준 21만1468명이 서명해 청와대의 공식 답변 요건이 충족된 상황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왜 개와 고양이만 식용 가축에서 제외해야 하냐는 것이죠. 개·고양이 식용을 반대하는 이들이 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개와 고양이가 반려동물로서 압도적인 숫자를 기록하고 있고, 인간과 정서적 교감에 특화되어 있다는 점이 주로 거론됩니다. 물론 부정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글쎄요. 소, 돼지, 닭 등 다양한 반려동물이 존재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개와 고양이에게만 대입되는 특별함의 기준은 어떻게 부여해야 하는 걸까요. 인간의 이익을 위해 또 다른 생명을 해칠 수 없다는 논리를 전제로 삼는다면, 그 일관성은 모든 동물에게 부여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또 선택권 침해라는 견해에는 어떤 설명을 할 수 있을까요. 인간에게 있어 개와 닭의 무게는 정말 다른 걸까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 ‘개 도축 금지법’의 경우 통상 가축으로 정의되지 않은 동물들은 도살이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표 의원은 “식용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사육되는 가축이 아닌 동물에 대해서는 생명 존중의 관점에서 무분별한 도살 행위 등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가 있다고 규정했지만, 식용동물과 반려동물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서로 다른 의견이 거세게 부딪치는 만큼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겠죠.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