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이달 9일 고(故) 손기정(1912~2002) 선수의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 82주년을 맞아 그가 남긴 다큐멘터리 영화필름 ‘민족의 제전’과 베를린 올림픽 우승 상장, 시베리아 철도 승차권 등 역사적 기록물 4건에 대해 복원·복제를 완료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에 복원된 고 손기정 선수 관련 기록물은 이를 소장한 손기정기념관이 국가기록원에 복원을 의뢰한 것으로 총 23분 분량의 영화 필름 보존 상태를 검사한 결과, 1936년 제작된 16mm 규격 초산염 필름 재질 특성상 초산형성과 자체 부식으로 이미지가 훼손될 위험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국가기록원은 1단계 조치로 더 이상의 열화 방지를 위해 초산억제제를 투입하고 필름 되감기, 세척ㆍ수선 등 보존 처리를 수행, 훼손될 위기에 놓였던 단 하나뿐인 손기정 선수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필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영화 필름과 같이 오래된 매체에 담긴 시청각기록물도 보존 수명이 짧은데다 재생 장치가 사라지는 추세로 향후 아예 읽을 수 없게 될 수 있어 장기적인 보존과 활용을 위해 매체 이전 또는 디지털화가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2단계 보존조치로 해당 영상을 고해상도(4K) 디지털 파일로 변환하고 손 선수가 결승점을 통과한 직후의 표정이 담긴 장면은 한 프레임씩(총 137프레임) 수작업을 통해 영상을 복원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 열화하는 매체 특성에 따라 원본 필름에 이미 붉은색이 감도는 이미지 열화가 진행되고 있었으며 색보정 작업을 통해 전체 영상의 색상 균형을 조절했다. 잡음 등을 제거하는 음성 복원 작업도 병행했다.
한편, 베를린올림픽 당시 금메달과 함께 수여된 우승 상장은 원본 전시로 인한 훼손 위험을 최소화 하고자 원형을 최대한 재현한 복제본을 제작했으며 축전 문서와 시베리아 철도 승차권도 오염을 제거하는 등 복원 처리와 복제본 제작을 실시했다.
이 종이 기록물들은 80여년 전의 열악한 종이 품질과 시간 경과로 인해 산성화와 황변이 진행되고 테이프 부착에 의한 오염 등 훼손이 진행된 상태로 장기적인 보존을 위해 오염물을 제거하고 결실부 보강처리 등을 통해 보존 수명을 강화했다.
국가기록원은 이 같이 역사ㆍ문화적 가치가 높음에도 훼손되거나 기술 사양화에 처한 기록들을 오랫동안 보존하고 열람할 수 있도록 보존처리ㆍ디지털 변환ㆍ복원ㆍ복제ㆍ매체 이전 등 조치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국가기록원 소장기록물 외에 타 기관·단체 기록물의 보존·복원도 지원한다.
이소연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장은 “문서ㆍ사진ㆍ필름ㆍ음반 등 훼손, 구형화 위기에 있는 기록물을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 보존ㆍ복원 처리 등을 수행해 근ㆍ현대의 소중한 기록유산 보존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족의 제전은 독일 레니 리펜슈탈 감독이 고 손기정 선수에 헌정한 기록영화로 손 선수가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2시간 29분 19초 2의 신기록을 세우며 결승점을 통과한 직후의 모습이 담겨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