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이 체육·예술 분야의 병역특례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일부 선수들이 병역 면피를 위해 대표팀을 이용했다는 팬들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병역특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대회가 끝났음에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이들의 병역 특례를 취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는 등 성난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병역 특례법은 뜨거운 감자였다.
세계적인 축구 선수 손흥민의 군면제는 가장 큰 관심사였다. 국내팬들을 비롯해 세계 언론이 손흥민의 군면제 여부에 관심을 가졌다. 반면 손흥민과 같은 처지임에도, 병역 면피 논란에 휩싸인 오지환과 박해민은 일부 팬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금메달을 따도 논란은 식지 않았다. 병역특례의 명과 암이 수면 위로 떠오른 시간들이었다.
갑론을박이 거세지자 병무청도 응답했다. 기찬수 병무청장은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논란을 보고 병역특례 제도를 손 볼 때가 됐다고 느끼고 있다”며 “체육·예술 병역특례를 전체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 청장은 “앞으로 병역자원이 감소하기 때문에 전환복무 등도 폐지된다”며 우선 병역특례 기준을 엄격히 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병역특례 제도 자체의 폐지도 검토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입상자’,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 등은 공익근무 요원으로 편입된다. 이들은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만 받고 사회에 나와 자신의 특기분야에서 계속 활약할 수 있다.
하지만 한차례 국제대회 입상 성적으로 병역 혜택을 받는 특례 제도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최근 들어 꾸준히 이어졌다. 상무, 경찰청 입대 등의 대체복무 또한 특혜라는 지적이다. 특례의 근거인 ‘국위선양’ 역시 더 이상 젊은 층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국위선양을 스포츠 선수들에게만 적용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국위선양이 군면제의 이유라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역시 군면제를 받아야 되는 것 아니냐는 반문도 심심찮게 나온다.
또 예술계의 경우 바이올린, 피아노 같은 고전음악 콩쿠르에서 1등을 하면 병역특례를 주지만, 대중음악으로 빌보드 1등을 하면 병역특례를 주지 않는 등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기존 병역 특례법에 대한 대안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은 마일리지 제도다. 국제무대, 대회 성적에 따라 마일리지를 차등 지급하고 최종적으로 병역 혜택을 주는 방안이다. 실제 이날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1회 입상으로 병역 혜택을 주기보다는 국제대회 성적을 점수화(마일리지)해 병역특례를 적용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기 청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에 대해 “2014년에 검토한 적이 있지만, 체육계의 과도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어 무산됐다”며 “이번에도 검토대상이 될 수 있으나, (도입하려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엄격한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병무청은 병역특례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거나 외부 용역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개선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