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진순 교수
어린아이가 열이 나는 원인에는 가장 흔한 열감기부터 장염, 뇌수막염, 수두 등 다양하다. 그런데 기침, 콧물 등의 증상이 없거나 심하지 않는데도 열이 계속 난다면 ‘요로감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열감기로 오인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 만성신부전으로 발전할 수 있어 열이 날 때 병원을 찾아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로감염이란
‘요로감염’은 소변을 배설하는 기관인 신장, 요관, 방광, 요도에 세균이 침투하여 염증이 일어난 경우로 소아에서 가장 흔한 세균 질환의 하나다.
대부분 장내에 있는 균이 회음부와 요도구 주위에 있다가 요도를 통해 방광과 신장으로 들어감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신장으로 침투하면 ‘신우신염’, 방광으로 침투하면 ‘방광염’ 등으로 진단된다.
전반적으로는 여아의 1~3%, 남아의 1% 정도에서 요로 감염이 발생하며, 영아기와 대소변 훈련 시기에 발병이 높은 편이다. 영아기에는 남아에서의 빈도가 3~5배 정도 높고, 영아기 이후에는 여아에서 빈도가 10배가량 훨씬 높아진다.
◇요로감염의 증상
소변을 볼 때 통증을 호소하거나, 소변을 자주 보거나, 소변을 시원스럽게 보지 못하거나 복통을 호소할 수 있다. 그러나 2세 미만의 어린 영유아의 경우 열만 나는 경우가 흔하다. 보고에 따르면 설명되지 않는 발열이 있는 영유아의 약 10%, 많게는 20% 정도에서 요로 감염으로 진단되고 있다.
보채거나 잘 먹지 않고 토하는 등의 비특이적인 증상만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간혹 소변 볼 때 보채거나 요도를 통해 콧물처럼 보이는 분비물이 나오는 경우, 혈뇨가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세균 감염이 콩팥까지 진행한 경우는 신우신염이라 말하는데, 발열, 등 또는 옆구리의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요로감염 치료와 합병증
열이 중요한 증상이므로 열이 있을 때 우선 해열제를 복용하고,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 후 요로감염이라면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기침 등의 호흡기 증상이 심하지 않는데 38도 이상의 열이 나는 경우 열감기로 단정 짓지 않고 소변 검사를 통해 요로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항생제의 종류나 기간의 조정이 개인별로 필요하다.
요로감염으로 인한 방광염은 신우신염으로 진행할 수 있고, 급성 신우신염은 패혈증이나 신 반흔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신 반흔이란 콩팥에 비가역적으로 염증의 흔적이 생기는 것으로, 신 반흔의 장기 후유증에는 단백뇨, 고혈압 및 만성 신장병 등이 있다.
요로감염 균이 전신으로 퍼지면 요성 패혈증이 생길 수 있으며 신장에 고름이 생기는 신 농양도 발생한다.
◇요로감염 예방
요로감염은 요도를 통한 감염이므로 포피와 회음부의 위생이 잘 되어야 한다. 남아는 포피를 부드럽게 견인하고, 여아는 대음순을 벌려 청결하게 씻겨야 하고, 배변 후에는 앞에서부터 뒤로 닦아야 한다.
남아의 경우 요도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포경이 있을 경우, 음경 끝의 껍질을 아프지 않도록 자주 부드럽게 당겨서 요도가 보일 수 있도록 하면 좋다. 병원에서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 받아 바르면 도움이 된다. 심한 변비와 배뇨 장애 증상은 요로 감염의 위험 요인이 되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장내 세균이 요로 감염의 원인이 되므로 요로 생식계의 정상 세균을 보강하기 위해 유산균을 복용하면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요로감염은 소아청소년기의 중요하고 흔한 세균 감염이고, 특히 어린 나이에는 열만 있는 경우가 흔하므로 특별한 원인 없이 고열이 난다면 간과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특히 방광 요관 역류와 같은 중요한 요로계의 구조적 이상이 요로감염 때 시행하는 영상 검사로 발견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처방 및 권고에 따라 치료와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