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 역대 대통령들의 추천 도서로 읽는 즐거움을 찾는 건 어떨까.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여름휴가 당시 ‘소년이 온다’ ‘국수’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등의 책을 읽었다. 한강의 장편 소설 소년이 온다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1980년 5월18일부터 열흘간 계엄군에 맞서다 죽음을 맞게 된 중학생 동호와 주변 인물들의 참혹한 운명에 관한 이야기다. 소년이 온다는 2017년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말라파르테상’을 수상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채식주의자’의 작가, 한국의 폭력적인 과거에 대해 쓰다”라는 제하의 서평에서 “폭력의 문제를 천착하면서 인간성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소년이 온다를 평했다.
김성동 작가의 장편소설 국수는 임오군란(1882)과 갑신정변(1884) 무렵부터 동학농민운동(1894) 전야까지 각 분야의 예인과 인걸들이 대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야기다. 충청도 예산·덕산·보령을 중심으로 바둑에 특출한 재능을 가진 소년,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나 이름난 화적이 되는 천하장사 천만동 등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그린다. 국수는 1991년 11월1일 신문에 연재를 시작한 이후 27년 만에 완간해 화제가 됐다.
진천규 기자의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네 차례 단독 방북 취재를 통해 포착한 북한의 모습 담아낸 책이다. 평양 이외에도 원산, 마식령스키장, 묘향산, 남포, 서해갑문 등을 돌아보고 지난 10여 년간 숨겨져 있던 북한의 변화상을 생생히 전달한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름휴가 복귀 이후 휴가 도서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 하버드대 박사가 본 한국의 가능성’을 공개했다. 미국의 석학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가 지은 이 책에는 한국의 문화유산과 이것을 어떻게 지키고 살려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담겼다. 또 한국의 독특한 문화를 국제 사회에 소개하는 방법, 문화선도국가로서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조건 등에 대한 견해도 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휴가 직후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휴가 중에 여러 책과 보고서들을 읽었는데 그중에서 특히 마음으로 공감하는 책이 있었다”면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에는 우리나라의 우수성과 가능성에 대해서 잘 기술돼 있었다”고 평가했다.
2009년 여름 휴가 당시 ‘넛지’를 읽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이를 선물하기까지 했다. 넛지는 인간이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가 갖가지 편견 때문이라는 가정하에 사람들이 체계적으로 틀리는 방식을 연구, 현명한 선택을 끌어내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저자는 리처드 틸러와 캐스 선스타인이다.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이기도 한 리처드 틸러는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캐스 선스타인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오바마 행정부에서 규제정보국 책임자를 맡기도 했다. 넛지는 이 전 대통령 이외에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부 수장들의 필독서로 꼽혔다. 이 전 대통령의 ‘넛지 사랑’이 알려지자 해당 도서는 국내에서 40만권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다독가로 유명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여름휴가 당시 읽은 책으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등을 공개했다. ‘독서정치’의 시초를 연 고 노 전 대통령은 책을 통해 국정 철학을 전달하거나 공직사회 분위기 면모를 꾀하기도 했다. 이 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현대 한국 정치를 소재로 한국 민주주의의 기원과 구조, 변화를 다뤘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방법을 새롭게 제시한 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 정치사 이해를 위한 필독서로 거론된다. 저자는 최창집 고려대 명예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