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마다 호소력 짙은 발라드를 발표해 큰 사랑을 받았던 가수 임창정이 올가을 새 앨범을 발표했다. 정규 14집 앨범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발매 직전 서울 언주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창정은 “오랜만에 정규앨범을 낸다”며 “여러 장르를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15집은 나올 수 있을까’ ‘나는 정규앨범을 몇 장 정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하며 이번 앨범을 작업했어요. 여기가 끝은 아닐 것이란 용기를 가지고 이번 앨범을 만들었죠. 이제는 저의 지인이 돼버린 오랜 팬들이 누구보다 기다린 음반이에요. 믹싱을 마치고 팬들에게 먼저 노래를 들려줄 기회 있었는데, 그 친구들의 만족도가 높았어요. 이미 거기서 제가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이 앨범으로 제가 받아야 할 것은 모두 받은 셈이죠. 그래서 성적은 크게 연연하지 않아요.”
얼마 전부터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 내려가 생활하고 있는 임창정은 그곳에 작업실을 마련해 이번 앨범을 만드는 데 전념했다. 음악 외에도 신경 쓸 일이 생기는 서울과는 달리, 제주도는 음악 작업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앨범을 준비하며 자주 들여다본 덕분에 음반의 매듭이 잘 지어진 느낌이라는 호평도 내놨다.
“시간이 촉박해서 제주도에 작업실을 만들었어요. 추석 전에 앨범을 발표하겠다고 소속사와 논의했는데, 잠시 한눈판 사이 시간이 확 가버렸더라고요. 저와 함께 작업하는 작곡가 멧돼지를 제주도 작업실로 불러 앨범을 작업했죠. 제주도 작업실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노래가 앨범 타이틀인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예요.”
앨범과 동명인 타이틀곡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애절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자랑하는 임창정표 발라드다. 임창정은 “2번 트랙 ‘이젠 그러려고’를 타이틀로 하려다가 바꿨다”면서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의 후렴이 듣기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사실 작업할 땐 노래가 이렇게 높은 줄 몰랐어요. 이번 타이틀곡은 노래방에서 모두가 따라 부를 수 있게끔 만들려고 했거든요. 녹음실에선 나눠 부르다 보니, 노래가 얼마나 높은지 체감을 못 한 거죠. 작업을 다 끝내고 리허설 겸 한 번 완창을 해봤는데, 부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이날 임창정은 가수로서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높은 음역의 노래를 거침없이 소화했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목의 회복이 더디다는 것. 최근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녹화하기 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병원에서 검사를 받기도 했다.
“방송 녹화 전에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병원을 찾았어요. 성대결절인 줄 알고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그런 건 아니었죠. 병원에서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때부터 목소리가 다시 나오더라고요. 요즘엔 몽글몽글하고 단단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것 속상하기도 해요. 그런데 이상하게 노래를 부르면서 기분은 좋아요. 더는 예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도 앞으로 새로운 무엇인가가 있으리란 믿음 때문인 것 같아요.”
끝으로 임창정은 자신과 닮은 ‘제2의 임창정’을 찾아 후배를 양성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사회가 놓칠 수도 있는 숨은 인재를 찾아 앞날을 열어 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소림사 같은 기획사를 만들고 싶다는 독특한 청사진도 들려줬다.
“제가 지금 다시 태어나서 기획사 오디션을 본다면 지금과 같은 임창정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저도 장담할 수 없겠더라고요. 30년 전, 제 성실함을 좋게 보고 저를 도와주셨던 학원 실장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숨은 진주를 찾는 일은 내년부터 시작할 계획이에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