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들이 장애인고용의무 준수에 소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고용의무를 준수하는 대신 수십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업은행은 또다른 장애인 배려정책인 중증장애인 생산물품 구매비율(법적 의무사항 1%)을 2015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단 한번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에게 제출한 금융공공기관의 장애인고용 현황 및 중증장애인생산물품 구매현황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고용의무 비율을 지키지 않은 기관들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납부한 장애인고용부담금 합계가 43억7032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공공기관 중 지난 4년 간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장애인고용부담금을 가장 많이 납부한 기관은 기업은행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동안 기업은행이 납부한 미준수 부담금은 20억 9200만원에 달했다. 산업은행은 17억 7000만원, 자산관리공사(캠코)는 3억 5200만원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업은행은 또다른 장애인 배려정책인 장애인생산품구매제도 준수에도 소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제도는 2004년 공포 시행된 장애인의 일자리창출과 소득보장을 지원하는 제도다. 일반노동시장에 참여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을 고용하는 생산시설에서 만드는 제품, 용역‧서비스에 대해 공공기관이 연간 총구매액의 1% 이상을 의무 구매하도록 한 것.
대다수 금융공공기관들이 우선구매제도를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산업은행은 조사 및 집계가 시작된 2015년 이후 법적 의무사항인 1%를 단 한도 넘긴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도(6월 말 기준) 전체 물품구매금액에서 중증장애인 생산물품 구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와 동일한 0.2% 수준에 그쳤다. 금융공공기관 중 중증장애인생산물품의 구매비율을 준수하지 않은 기관은 산업은행과 한국예탁결제원이 유일했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장애인고용의무에 준수하려해도 채용인원보다 지원을 덜하거나 자격조건이 미달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벌금을 납부한 것이다”라면서 “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관련해서는 확인된 사항이 없다”고 답변했다.
김병욱 의원은 “장애인 의무고용비율과 중증장애인 생산물품의 법적구매비율을 지키는 것은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함께 일하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첫 걸음에 불과하다”며 “고용부담금이 사회적 책임을 면피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