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의 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인물로 꼽히는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임 전 차장의 구속 여부가 향후 수사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3일 임 전 차장에 대해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인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무상비밀누설, 직무유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 전직 최고위급 법관들을 임 전 차장과 공범으로 판단했다.
임 전 차장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차장을 역임했다. 그는 재판거래·법관사찰 등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한 의혹에 실무 책임자로 등장한다. 혐의는 드러난 부분만 10여가지에 달한다. 특히 징용소송·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송을 둘러싼 재판거래 의혹이 핵심 혐의다. 이밖에도 공보관실 운영비 3억5000만원을 각급 법원으로부터 돌려받아 법원장 등에게 현금으로 나눠준 의혹, 서울남부지법의 한정위헌 제청결정을 취소시킨 의혹 등에 양 전 대법원장과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 전 법원행정처장들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또 옛 통합진보당 의원의 지위확인 소송과 부산지역 건설업자 정모씨의 뇌물공여 형사재판에 직접 개입한 혐의, 헌법재판소에 파견나간 판사를 시켜 헌법재판관들 평의 내용을 빼낸 혐의, ‘정운호 게이트’ 당시 영장전담판사를 통해 검찰 수사기밀을 넘겨받은 혐의,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칼럼을 쓴 판사를 뒷조사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구속영장에 포함됐다.
임 전 차장의 구속 여부는 25일쯤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될 전망이다. 그가 양 전 대법원장과 전직 법원행정처장 등 사법부 최고 책임자를 가까이서 보좌한 만큼 그의 영장 발부 여부가 윗선 수사의 향방을 가르는 기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