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피살사건과 관련해 국민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자신을 사건 피해자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청원인은 피의자인 아버지를 엄벌에 처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피해자의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23일 게재됐습니다. 청원인은 “끔찍한 가정폭력으로 인해 엄마는 아빠와 살 수 없었고 이혼 후 4년여 동안 살해 협박과 주변 가족들에 대한 위해 시도 등 많은 사람들이 힘들었다.”면서 “엄마는 늘 불안감에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없었고 보호시설을 포함 다섯 번의 숙소를 옮겼지만, 온갖 방법으로 찾아내어 엄마를 살해위협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청원인은 그러면서 “등촌동 살인사건의 주범 저희 아빠는 절대 심신미약이 아니다. 사회와 영원히 격리 시켜야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며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여기 비슷한 청원이 또 있습니다. 참여 인원이 100만명을 넘어선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청원입니다. ‘강서구 피시방 살인 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언제까지 우울증, 정신질환, 심신미약 이런 단어들로 처벌이 약해져야 하느냐.”며 “지금보다 더 강력처벌을 요구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해당 청원은 올라온 지 엿새만에 100만명이 참여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한 이래 역대 최대 기록입니다. 그만큼 청원인 의견에 동의하는 이가 많은 것이겠죠.
최근 강력사건 범죄자를 엄하게 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잇따르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원인은 한 곳으로 귀결됩니다. 사건 피의자 모두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죠. 형법 제10조 2항에서 규정하는 심신미약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를 뜻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사 책임을 감경해주는데요. 문제는 감경 규정 해석 여부에 따라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입니다.
또 심신미약·상실 감경 규정에는 만취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도 들어갑니다. 이처럼 ‘주취감형’을 이유로 형이 단축된 대표적 사례가 2008년 경기 안산시에서 여아를 성폭행한 조두순이죠. 물론 조두순 사건 계기로 주취감형이 제한됐지만, 심신미약 감경의 근본적인 검토 요청을 촉구하는 움직임은 거셉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명료합니다. 흉악범들이 합당한 벌을 받는 것, 억울한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두 번 울지 않는 것. 이 기본적인 원칙이죠.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