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무죄' 판단에 피해 부부 자살... 대법, 유죄 취지 파기 환송

'성폭행 무죄' 판단에 피해 부부 자살... 대법, 유죄 취지 파기 환송

기사승인 2018-10-31 13:48:43

이른바 ‘논산 성폭행 피해 부부 동반자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성인지 감수성 결여”라며 유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강간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모(38)씨의 상고심에서 강간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유죄취지로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될 여러 사정이 있는데도 증명력을 배척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내용은 일관될뿐 아니라 매우 구체적이고, 모순되는 부분을 찾기 어렵다”면서 “성폭행 피해자가 처해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성폭행 사건을 심리할 때 요구되는 ‘성인지 감수성’을 결여한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충남 논산의 조직폭력배 박씨는 지난해 4월 친구가 해외 출장을 간 사이 친구의 아내인 A씨를 한 모텔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A씨에게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남편과 자녀를 해칠 것이라고 협박했다.

지난해 11월 1심은 폭행혐의 등만 유죄로 인정,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A씨를 성폭행한 혐의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 선고했다. 2심도 올해 5월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정을 찾아볼 수 없어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원심을 인정할 만하다”며 무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피해 증언에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피해자 부부는 1심에서 박씨의 강간 혐의가 무죄 판단되자, 지난 3월 전북 무주의 한 캠핑장에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가족 및 지인에게 미안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들을 이해해 달라’ ‘친구의 아내를 탐하려고 모사를 꾸민 당신의 비열하고 추악함’ ‘죽어서도 끝까지 복수하겠다’는 등 박씨를 성토하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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