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카카오가 독점하고 있는 택시 호출 앱 시장에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던졌다.
SK텔레콤은 5일 서울 을지로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택시 호출 서비스인 ‘티맵 택시’(Tmap 택시) 사업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SK텔레콤 측은 ‘마음으로 갑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승객과 기사의 편의성 및 안정성을 제고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앞서 여지영 SK텔레콤 TTS사업 유닛장을 비롯한 티맵 택시 담당자 15명은 직접 택시 면허를 따서 운행하며 택시 기사와 고객의 애로사항을 경험하고, 이를 앱에 반영했다.
우선적으로 SK텔레콤은 연말까지 T멤버십을 통해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월 5회, 회당 5000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어 매달 최대 2만5000원 상당을 절약할 수 있다. 티맵 택시 앱으로 택시를 호출한 고객은 택시 하차시 앱 결제(11페이)를 통해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단 SK텔레콤 가입자만 가능한 혜택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향후 다른 고객에게도 혜택이 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맵 택시에는 ‘안심귀가 라이브’ 서비스도 도입된다. 택시 탑승자의 현재 위치와 택시 정보, 도착 예정시간 등을 가족 등 지인에게 보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울러 자체 내비게이션인 티맵의 교통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정확한 소요시간과 예상요금 안내’ ‘간편 앱 결제’ 기능이 추가된다.
배차 시스템에도 신경을 썼다. 기존에는 최단거리 차량을 배차했지만 시스템 개편을 통해 유턴 여부, 순방향, 역방향 등을 고려해 승객에게 최단시간으로 갈 수 있는 차량을 매칭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택시 기사가 차량 진행 방향이 고객 호출 장소와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티맵 택시의 위치 측위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러한 기능으로 택시 기사는 순방향 및 역방향 여부까지 알 수 있다.
택시 기사에게 핸들에 부착하는 ‘버튼식 콜(Call)잡이’도 제공하기도 한다. 콜잡이를 이용하면 스마트폰을 터치하지 않고도 고객의 호출에 응답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연말까지 택시 기사 3만명에게 콜잡이를 무상 제공할 방침이다. 또한 향후 인공지능(AI)으로 수요 밀집 지역을 예측해 차량을 미리 배차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택시 기사의 대기시간 및 택시 공차율을 줄여 택시 기사의 수익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여 유닛장 “지난 6월말의 사용자는 2만명 정도였으나 10월 사용자는 10만명에 달했다”며 “연말까지 목표 사용자는 100만명이고, 오는 2020년까지 500만명까지 고객수를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다.
사실 택시 호출 서비스 시장은 카카오의 ‘카카오 티 택시’가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지난 2015년 카카오에 이어 비슷한 앱을 출시했지만, 점유율이 5%도 되지 않을 정도로 경쟁에서 완전히 밀린 상태였다. 이에 SK텔레콤 측은 티맵 택시 사업에 거의 손을 놓기도 했다.
여 유닛장은 “(티맵 택시는) SK텔레콤 내에서도 중요도가 낮았다. 따라서 많은 자원이 투입되지 않아 플랫폼 파워를 갖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티맵 택시를 개편한 것에 대해서 여 유닛장은 “최근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을 보면 2~3년 사이에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면서 “이 시장을 방치하면 나중에 큰 위기를 맞이할 것 같아 조금 늦었지만 정비해서 다시 투자를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K텔레콤은 카카오와의 차별점을 ICT 기술력과 사회적 가치 창출으로 꼽았다. 여 유닛장은 “(SK텔레콤의) 통신기지국 기반의 유동인구 분석 데이터와 티맵 서비스로 20년 가까이 누적된 교통 데이터는 우리의 장점”이라며 “(티맵 택시를 통해) 택시 기사와 승객 편의를 돕고, 이동약자의 이동권을 개선하는 부분은 SK 그룹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 추진으로 택시업계와 극심한 갈등을 빚는 틈을 노려 택시 호출 앱 시장에 다시 뛰어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SK텔레콤 측은 “지난 6월29일에 재출시했고, 그동안 준비기간이 필요했다”며 “내부 사정 등으로 일정이 밀렸을 뿐, 카카오 카풀 문제를 이용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카풀 서비스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여 유닛장은 “카풀 문제가 기사들의 생존과 보장과 승객의 이동 편의성 제공이라는 두 가지 대립으로 나뉜 것이 안타깝다”면서 “두 가지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