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수준' 중국발 미세먼지 두고 정부 정책-국민 정서 엇박자

'재난 수준' 중국발 미세먼지 두고 정부 정책-국민 정서 엇박자

기사승인 2018-11-10 06:00:00

# 공무원 A씨는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로 차량 2부제가 실시되자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했다. 의무적 참여에 차는 두고 나왔지만, 아직도 의문은 가시질 않는다. ‘저감조치가 실질적 대책이 될 수 있을까?’ A씨는 마스크 사이로 들어오는 미세먼지를 들이키며 생각했다.

# 주부 B씨의 사정은 더 급하다.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 하지만, 베란다 너머로 보이는 뿌연 하늘에 외출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병원은 가야하는데’ 싶다가도, 이런 날에 아이와 나가는 게 오히려 병을 키우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다. 

비가 그치면 나아질 줄 알았던 대기 상태가 중국발(發) 미세먼지로 다시 나빠졌다. 이번 주말에도 나들이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토요일인 10일은 전국 17개 시·도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36∼75㎍/㎥ 수준으로 ‘나쁨’에 해당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초미세먼지가 축적된 상태에서 국외 미세먼지가 추가로 유입돼 모든 지역에서 농도가 높게 나타나겠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지난 8일 ‘비상·상시 미세먼지 관리 강화 대책’을 내놨다. 민간 차량운행제한, 클린디젤 정책 폐기 등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미세먼지 감축 목표를 기존 30.5%에서 35.8%로 상향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비상저감조치 대상도 확대된다. 내년 2월15일부터 차량운행 제한, 배출시설 가동률 조정 등 공공부문에 적용되던 비상저감조치에 민간부문도 의무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오염원에 대한 주요 인식이 경유차나 석탄화력발전소 등 국내 요인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대기 질이 악화됐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정부 정책에도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대응이 들어간다. 중국의 대기오염방지시설에 한국의 환경기술을 적용, 오염물질 배출을 저감하는 한중 협력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반도 대기 질 관리를 위해 향후 남북관계 여건에 따라 남북 공동 조사·연구 및 협력사업도 모색할 방침이다. 그러나 대책들이 모두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어, 미봉책에 가깝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길 바라는 시민들의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세먼지 범죄국 중국에 강력히 항의해달라.’ ‘미세먼지와 관련해서 국민의 생존권을 걸고 중국과 싸워달라.’ ‘중국을 두고 애꿎은 국민의 발만 묶는 정책은 그만두라.’ 등의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회도 지난 5월 중국발 미세먼지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소송을 불사해서라도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분석은 국민 정서와 조금 다르다. 고농도 미세먼지 원인은 국내 오염물질 탓도 크다는 해석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강원권과 영남권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고농도(일평균 35㎍/㎥ 초과) 초미세먼지(PM2.5)가 발생한 원인을 지상·위성 관측자료, 기상과 대기 질 모델을 통해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최근 대기를 뒤덮은 미세먼지는 서해상 및 중국 북동지방 고기압 영향 하에 대기 정체 상태가 지속되면서 국내 오염물질이 축적되고, 외부 유입의 영향이 일부 더해져 발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렇듯 중국발 미세먼지를 바라보는 정부와 국민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어, 정책 방향과 이에 대한 평가는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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