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법 음란물 막자” 뮤레카 ‘기만’ 발언 경청한 국회의원들

[단독] “불법 음란물 막자” 뮤레카 ‘기만’ 발언 경청한 국회의원들

기사승인 2018-11-14 05:00:00

-양진호 실소유 의혹 ‘뮤레카’…불법 음란물 유통부터 삭제까지 관여 

-뮤레카, 국회서 “피해자 절박함 느껴”…뒤에서는 디지털 장의업체로 ‘돈벌이’ 

-진선미 여가부 장관 포함 국회의원들, 이제 와 “몰랐다”  

‘웹하드 카르텔’ 핵심으로 떠오른 필터링 업체 ‘뮤레카’의 이중적인 과거 행적이 확인됐다. 

뮤레카는 불법 음란물을 제대로 걸러내지 않아 웹하드 업체에 막대한 불법 이익을 안겨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폭행, 강요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실소유했다는 회사 중 하나다. 양 전 회장은 뮤레카를 소유함으로써 불법 음란물의 유통부터 삭제까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 전 회장 관련 논란이 수면 위로 오르기 전, 뮤레카의 ‘대외적인’ 모습은 지금과 달랐다. 김모(44) 뮤레카 대표는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 마련 토론회’에 참석했다. 당시는 정부가 ‘몰카’(몰래카메라) 용어를 쓰지 않기로 하는 등 불법 촬영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던 때였다.

해당 토론회는 온라인상 확산되고 있는 동의 없는 신체 촬영 및 개인 간 성관계 영상 등 불법 촬영물 유포를 막기 위해 열렸다.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디지털성폭력아웃(DSO)’ 등이 함께 주최했다. 당시 의원이었던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용현 당시 국민의당 의원 등이 주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방송통신위원회·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여성가족부 등 정부 관계자와 시민단체, 웹하드·필터링 업체 관계자 등 다양한 인사가 참석했다. ‘매체별로 보는 디지털 성폭력의 실태’, ‘아동·청소년의 사이버 성범죄 노출 실태 및 피해사례’, ‘디지털 성폭력 처벌 실태와 문제점’, ‘해외사례를 통한 디지털 성폭력 대안과 IT 기업 운영 개선방향’ 등이 논의됐다. 뮤레카는 DSO의 섭외 요청에 따라 토론회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론회 자료집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날 “몰카와 리벤지포르노 차단 요청 건수가 최근엔 월평균 5건 이상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다”며 “사건에 대한 피해자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웹하드에서도 지속적인 자정노력을 하고 있지만 수많은 콘텐츠 등 인력으로 모니터링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뮤레카는 정말 최선을 다해 불법 음란물을 필터링했을까. 지난 2011년 ‘웹하드 등록제’가 시행된 후, 웹하드 업체는 의무적으로 불법 음란물을 필터링해야 했다. 당시 뮤레카는 업계 1위·2위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등 다수의 웹하드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는 뮤레카의 필터링이 허술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한사성은 지난해 11월 기준, 뮤레카와 필터링 계약을 한 일부 웹하드 업체에서 ‘국노(국내에서 촬영된 모자이크 되지 않은 영상)’로 검색하면 다수의 불법 음란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서 삭제를 권고한 불법 음란물도 예외 없이 검색된다고 덧붙였다.

뮤레카 측의 말과 행동이 모순되는 지점은 또 있다. 당시 토론회에서 김 대표는 ‘디지털 장의업체’를 비판했다. 그러나 뮤레카 역시 ‘나를 찾아줘’라는 디지털 장의업체를 운영하며 수익을 얻었다. 김 대표는 토론회에서 “필터링 업체의 도의적 의무 차원에서 (불법 음란물) 개인 유출 영상에 대한 무료 삭제를 진행해왔다”며 “최근 인터넷 장의사 등이 생겨나면서 피해자들에게 큰 금액을 받고 당사에 필터링 요청을 하는 악용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이야기했다.

나를 찾아줘는 불법 음란물 유출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고 영상이나 사진을 삭제, 차단해주는 일을 했다. 해당 업체는 지난 2015년 설립됐다. 불법 음란물 삭제 비용은 3개월~6개월에 50만원 선으로 전해졌다. 온라인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의뢰를 하지 않으면 영상은 온전히 차단되기 어려웠다.  

문제의식 없이 뮤레카를 토론회에 초청한 국회의원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한사성은 지난해 7월부터 국회에서 ‘사이버성폭력 근절을 위한 입법정책 개선방향’ 토론회를 여는 등 웹하드 업체와 필터링 업체 간 유착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국회의원들이 조금만 불법 음란물 실태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뮤레카가 어떤 업체인지 알 수 있었다는 뜻이다. 또 같은 해 11월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웹하드사와 필터링업체(디지털장의사 업체) 간 유착관계 관련 제보를 받았다”며 “웹하드 업체는 불법 촬영물을 유통하고 장의사 업체는 해당 영상을 삭제하며 돈을 버는 구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던 국회의원들은 “뮤레카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진 장관 측은 “뮤레카 섭외는 시민단체 쪽에서 했다. 우리는 관련 없는 사항”이라며 “(뮤레카 초청은) 토론회 참석자의 다양성을 위한 것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신 의원 측 관계자는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뮤레카 대표 참석이 적절한지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며 “뮤레카는 정부 예산을 지원받고자 토론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 의원 측 역시 “지난해에는 뮤레카의 실체를 몰랐다”며 “당황스럽다”고만 말했다.

시민단체와 필터링 업계에서는 뮤레카의 토론회 참여 자체를 비판했다. 한사성 측은 “뮤레카 관계자가 해당 토론회에서 마이크를 쥐고 발언한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불법 음란물 유통을 방관한 입장에서 여성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강조했다.  

필터링 업계 관계자도 “뮤레카의 토론회 참석을 두고 ‘쇼 좀 그만해라’ ‘낯 뜨거워서 못 보겠다’는 성토가 일었다”며 “웹하드 업체와 연관된 뮤레카가 필터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으나 정부는 수수방관했다”고 일갈했다.

쿠키뉴스 기획취재팀 민수미, 정진용, 이소연, 신민경 기자 spotl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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