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도리 두른 '평화의 소녀상' 여전히 추운 위안부 할머니들의 외침①

목도리 두른 '평화의 소녀상' 여전히 추운 위안부 할머니들의 외침①

목도리 두른 '평화의 소녀상' 여전히 추운 위안부 할머니들의 외침①

기사승인 2019-01-07 04:00:00

 "200살까지 살아서 일본의 만행을 알리겠습니다. 돈이 전부가 아닙니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인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해 8월 15일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세계연대집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2015년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 정부는 그해 12월 28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외교장관회담을 열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해결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24년 만에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혀 큰 화제가 됐죠.

정작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이날의 해결 방안 합의를 반기지 않았습니다. 당시 피해자 지원시설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측은 회담 결과에 대해 양국 대표 노력은 평가하지만 미흡하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정부가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회담을 진행한 것이 결정적인 문제였죠.

문재인 정부 역시 회담 결과를 뒤집을 순 없었습니다. 지난 1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015년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면서도 “양국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를 고려해 우리 정부는 동 합의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대해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부는 일본 측에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동시에 일본 정부가 출연한 기금 10억 엔은 한국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기로 했죠. 완전히 해결된 것도, 해결되지 않은 것도 아닌 상황이 된 것이죠.

‘평화의 소녀상’은 2011년 12월 14일 수요집회 1000회를 맞아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법적 배상을 바라는 마음으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건립됐습니다. 이후 전국에 110여 개의 소녀상이 세워져 당시 아픔을 알리고 있죠.

쿠키뉴스 사진팀은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 세워져 있는 서른여섯 개의 ‘평화의 소녀상’을 찾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가슴 아픈 외침을 글로 담았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녀상을 보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잠시라도 기억한다면 할머니들에게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일본 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2길 22, 2011년 12월 14일 건립) "200살까지 살아서 일본의 만행을 알리겠습니다. 돈이 전부가 아닙니다."-이용수 할머니(91세)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소녀상(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11길 20, 2012년 5월 5일 건립) "겨우 목숨만 이어가는 산송장이나 다름없었다"-故 노수복 할머니(1921~2011)


대학생이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대현동 146, 2014년 12월 24일 건립) “조국이 잘살게 돼 불과 몇십 년 전에 나라를 잃고 나 같은 사람도 있었다는 것을 잊은 것 같다”-故 하상숙 할머니(1928~2017)


중구 프란치스코회관 앞 평화의 소녀상(서울특별시 중구 정동길 9, 2015년 11월 3일 건립) “일본이 사과한다면 노래를 부르고 춤추겠다. 본인들은 관련 없다고 계속 부인하니까 그게 원통하다. 일본이 사죄해야 죽어도 눈을 감겠다. 내 해원을 풀어주는 게 그게 제일 아니겠나”-故 김복득 할머니(1918~2018)


성북구 평화의 소녀상(서울특별시 성북구 동소문동1가 1-4, 2015년 10월 28일 건립) “만시지탄이지만 우리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 일본 정부가 사죄하고 배상하도록 해야 한다”-김복동 할머니(93세)


용산 평화의 소녀상(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34-2, 2017년 8월 26일 건립) "이대로는 도저히 눈을 감을 수가 없어. 빨리 나아야 또 일본 건너가서 싸움 한번 야무지게 할 텐데..."-故 이순덕 할머니(1918~2017)


동작구 평화의 소녀상(서울특별시 동작구 흑석동 4, 2016년 8월 15일 건립) "살아있는 동안 일본 정부가 사죄하는 것을 보고 싶다"-故 황선순 할머니(1926~2015)


구로 평화의 소녀상(서울특별시 구로구 구로동 603-13, 2016년 8월 15일 건립) "내 청춘 돌려달란 말이다"-故 황금주 할머니(1922~2013)


금천 평화의 소녀상(서울특별시 금천구 시흥대로73길 70, 2017년 8월 15일 건립) "일본의 사죄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힘써 주었으면 좋겠다"-박옥선 할머니(96세)


서초고등학교 평화의 소녀상(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대로27길 29, 2013년 9월 5일 건립) "아버지의 약을 사러 장에 나갔다가 일본군에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갔다"-故 최선순 할머니(1927~2013)


강북구 평화의 소녀상(서울특별시 강북구 도봉로 351,2016년 12월 10일 건립) “피해자는 뒤로 물러서있게 해놓고 돈 달랑 몇 푼 쥐어주고 입 막으려 하느냐. 절대로 안 된다”-이옥선 할머니(93세)


노원구 마들근린공원 소녀상(서울특별시 노원구 덕릉로 450, 2015년 8월 25일 건립) "돌아가서 다시 협상하세요. 아베는 골프 치러 가고, 아베 부인은 야스쿠니 신사 가서 참배했답디다. 일본놈들한테 구걸합니까. 우리 돈 없어도 살 수 있습니다"-故 유희남 할머니(1929~2016)


도봉구 평화의 소녀상(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봉로 552, 2017년 8월 15일 건립) “무슨 합의를 고생한 우리를 빼 놓은 채 하느냐”-강일출 할머니(92세)


성동 평화의소녀상(서울특별시 성동구 행당동 192-3, 2017년 6월 10일 건립) "내가 죽어도 내게 일어났던 일을 잊지 말아 달라"-故 김순악 할머니(1928~2010)


고양600년과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845, 2013년 5월 2일) "하도 힘들어 마음씨 좋아 보이는 군인에게 비행기를 태워 조선으로 보내 달라고 애걸하기도 했다"-故 박옥련 할머니(1919~2011)


김포 평화의 소녀상(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1539, 2016년 8월 14일) "조국이 힘이 없어 끌려간 것인데, 부끄럽다면 조국이 부끄러워야지 나는 부끄러울 것이 없습니다"-故 정서운 할머니(1924~2004)


인천 평화의 소녀상(인천광역시 부평구 부평동 299, 2016년 10월 29일 건립) "더 늦기 전에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故 김순옥 할머니(1922~2018)

박효상, 박태현 기자 photo@kukinews.com

박효상 박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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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상 박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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