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에 이어 넷마블까지 넥슨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중국 텐센트 등이 유력 인수 대상으로 거론된 가운데 넥슨이 국내에 남을 수 있을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1일 넷마블은 “넷마블은 두 달 전부터 넥슨 인수를 검토했고 한 달 전 최종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국 텐센트가 넷마블을 통해 넥슨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이다. 텐센트는 넷마블의 3대 주주다.
다만 넷마블은 “넥슨의 유무형 가치는 한국의 주요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해외 매각 시 대한민국 게임업계 생태계 훼손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바, 넷마블은 국내 자본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인수전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는 매출 기준 국내 최대, 1세대 게임사인 넥슨이 해외로 넘어갈 수 있다는 국내 우려를 의식한 설명으로 보인다. 지난 3일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가 지분 전량을 매각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후 텐센트, 디즈니 등 글로벌 ‘큰손’들이 유력 인수 주체로 거론된 데 따른 것이다.
넥슨의 매각 규모는 약 1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이를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곳을 찾기 어려울 수준으로 평가된다. 때문에 글로벌 콘텐츠 기업과 사모펀드 등이 가장 먼저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투자설명서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수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삼성 측은 “확인된 검토 사실이 없다”며 한 발 뺐다. 삼성전자는 과거 게임 콘솔부터 유통, e스포츠 사업까지 손을 뻗은 적 있지만 현재는 프로게임단을 매각하고 스마트폰 제품 마케팅과 관련 있는 게임사 협업에 집중하고 있다. 직접적인 사업 연관성이 낮아 넥슨 인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어 지난 29일 카카오가 넥슨 인수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발표, 본격적인 국내 기업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다만 예상 인수 금액이 카카오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만큼 자금 마련을 위해 컨소시엄부터 자회사 카카오게임즈 주주이기도 한 텐센트의 투자금 유치 등을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넷마블과 카카오가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또한 인수 주체가 카카오가 될 경우 과거 다음 인수에 이은 IT 업계 ‘빅딜’이, 넷마블이 될 경우 연매출 2조원대의 국내 1~2위 게임사 연대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양사 모두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바 없어 아직까지는 추측에 불과하다.
넷마블의 넥슨 인수 배경에 텐센트가 있다는 논리도 여전히 설득력을 갖는다. 애당초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등을 중국 현지에 서비스하며 큰 성과를 이룬 텐센트가 IP(지식재산권) 확보 등 효과를 노리고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지속 제기된 바 있기도 하다.
특히 넷마블을 앞세울 경우 국내 최대 게임사가 경쟁 상대인 중국 손에 넘어가는 데 대한 국민적 반감을 상당 부분 불식시킬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타 업계에서 과거 SK그룹이 일본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인수를 시도할 때 현지 여론을 의식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사례와도 비슷하다.
한편, 지난달 중순 미국 샌프란시스코, 홍콩 등에서 열린 넥슨 투자설명회에는 KKR, 칼라일, 베인캐피털, 힐하우스캐피털,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들과 텐센트가 참여했으며 카카오와 넷마블이 투자설명서를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